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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배 Jun 26. 2021

포옹(Embrace)의 어원과 의미, 그리고 그 상징

에곤 쉴레의 <포옹>


 포옹 : 사람을 또는 사람끼리 품에 껴안음.

 

  포옹은 서로를 품에 안음으로써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행위를 나타낸다. 이는 사랑하는 연인들만의 포옹뿐만 아니라, 부모와 자식 간의 포옹, 사제간의 포옹, 그리고 오래된 친구와의 포옹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에곤 실레의 작품 embrace 역시 영어로 포옹을 의미한다. 이번 글은 embrace라는 단어의 어원을 통해 에곤 실레의 작품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먼저 embrace라는 단어는 em- 과 brace로 나눌 수 있다. 접두어 em- 은 접두어 en-과 그 뜻이 같아서 em- 뒤에 따르는 명사, 형용사와 결합하여 '~하게 하다'라는 뜻을 갖는다. 한편 brace는 '걸쇠', '자물쇠'라는 명사의 뜻과 '잠그다'라는 동사의 뜻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embrace라는 단어는 em-과 brace가 결합하여 '잠그게 하다', '자물쇠로 걸다'라는 어원을 갖는다. 그럼 자물쇠로 걸고, 잠근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포옹하는 행동은 상대의 등 뒤에 팔을 위치시킴으로써 포옹하는 팔이 하나의 자물쇠 역할을 하게 한다. 한편 포옹당하는 이는 자신을 포옹하는 팔에 의해 자신의 뒷 공간이 가로막히게 된다. 자물쇠가 조여올수록 더욱 빨라지는 건 서로의 심장 박동수!

 

   그런데 영어사전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brace라는 단어가 '기운 나게 하다'라는 또 다른 뜻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embrace라는 단어는 이제 '기운 나게 하다'라는 뜻도 가지게 된다. 어떤가? embrace라는 단어는 외면적으로 볼 때 서로에게 자물쇠를 걸고 잠그는 행위를 말하지만, 내면적으로는 서로를 기운 나게 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연인의 포옹, 부모와 자식 간의 포옹, 그리고 오래된 친구와의 포옹! 우리는 그 포옹들을 통해 서로에게 위로받고 서로에게 용기를 주지 않는가?

 

   전에 읽었던 과학잡지의 기사에 따르면 사람은 주기적으로 뛰는 심장 소리에서 안정감을 느낀다고 한다. 어린아이가 엄마의 젖가슴에 얼굴을 대고 잠드는 것도 엄마의 심장 박동에서 안정을 느끼는 증거이며, 남녀가 나란히 걸을 때 여자가 자신의 오른쪽에 남자를 두려고 하는 이유도 (심장이 신체의 오른쪽이 아닌 왼쪽에 있는 관계로) 좀 더 가까이에서 남자의 심장 박동수를 들으려는 무의식적인 행동에 기인한다고 한다. 위 논거의 연장선상에서 두 사람이 포옹을 할 경우, 서로가 체감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정은 그리 작은 것이 아닐 것이다.

 

   에곤 실레의 그림에서 두 남녀는 서로를 꼭 껴안고 있다. 여자를 감싸 안은 남자의 팔에서 사랑의 열정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남자의 목을 휘감은 여자의 손 모양에서 나는 또 다른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남자는 여자에게, 여자는 남자에게 자물쇠를 건다. 서로가 서로에게 거는 사랑의 자물쇠. 이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건 자물쇠는 다른 누군가가 자신의 마음에 함부로 들어올 수 없도록 마음의 문을 꼭 걸어 잠그게 하겠지.

 

   포옹, 참 가슴 설레는 단어이다. 이 두 음절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벌써부터 가슴 설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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