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1화
❝커피가 맛있네요❞
즐겁게 일하다가도 이 말을 들으면 머릿속이 복잡해져 답할 말을 잃어버린다. 수많은 단어들이 씨름하고 노랗게 주름진 싸움터는 진창이 돼버린다. 감사하다고 해야 하나? 그냥 커피가 손님 입에 맞았을 뿐인데. 커피가 왜 맛있는지 설명드려야 하나? 할 말이야 산더미지만 나를 이상한 눈초리로 볼 게 뻔하다.
혼란스러움을 뒤로 한 채 일을 계속 한다. 이 일이 정말 좋다고 느낀 건 바로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다. 그렇다. 나에겐 지금 아무 생각을 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 다만 그게 아까 손님의 한 마디로 되지가 않을 뿐. 누가 나를 쓰러트려 억지로 기절시켰으면 싶다.
몇 걸음 나서면 천이 있다. 카페 문을 닫고 천변을 걸어본다. 아침 10시 반, 손님이 없는 이른 시간에서야 잠깐 누릴 수 있는 호사다. 천변의 바람은 시원하다. 봄이 올듯 말듯 꽃내음보다 살짝 앞선 풀내음이 간간히 코를 스치는 듯하다. 하지만 다음 순간에는 냉장고 바람이 코끝에 걸린다.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겨울의 인사가 부담스럽다.
벤치에 앉아 무심코 손목을 본다. 10분, 나에게 주어진 자연의 시간, 서둘러 샌드위치를 꺼내 바닥의 풀잎싹의 풍경과 함께 한 입, 텀블러를 열고 커피를 천의 졸졸졸 물소리와 함께 한 입.
아, 역시 이 맛이야. 다솔 블렌딩, 내가 만든 블렌딩 커피인 만큼 당당하게 내 이름을 따서 붙였다. 생각해보니 아까 손님이 맛있다고 한 커피도 다솔 블렌딩이다. 또 이어진 생각에 샌드위치도 내 손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샌드위치와 커피의 조합, 몇 년째 계속 내 점심을 책임지고 있지만 질리지가 않는다. 채소의 아삭한 식감과 그것을 부드럽게 감싸는 빵과 커피는 매일 경험하면서도 매일 그리워진다. 그 누가 채소를 싫어한단 말인가... 분명 채소를 빵과 커피와 함께 먹는 법을 모르는 사람일 터.
어느 새 샌드위치는 뱃 속으로 침몰했고 커피만이 남아 병을 찰싹거린다. 그렇게 허기를 잠재우고 나는 조용히 눈을 감고 으레 찾아와 습관이 된 심상을 꺼낸다.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그 느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