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액체 같은 것이겠다

소설 2화

by 매너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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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액체 같은 것이겠다. 아니면 피 속에 녹아 흐르는 어떤 성분, 물질, 무엇이건 간에 그것은 아프다. 지금 벤치에 앉아 떠올리려는 느낌 말이다. 서둘러야 한다. 계속 잡생각이 스멀스멀 기어나오려 한다. 육체의 고통은 생각을 멈추기에 충분하기에, 나는 심상을 좇는 것이다.


사람들은 느낌은 부정확하고 확실하지 못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내 생각에 가장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느낌만이 정확하고 확실하다. 처음엔 심장에서부터 시작된다. 심장이 아리다. 너무도 확실한 감각, 그 다음으로는 팔이 아프고, 손목이 아프다. 마치 아픔이 피를 타고 오는 것 같다. 손님이 많은 날에는 목도 아프다. 아무래도 많이 쓰는 기관이 아픈가보다, 말을 많이 하다 보니 목이 아픈 것이겠다.


이 모든 일이 불과 몇 초만에 일어난다. 옛날에는 1초도 안 걸렸던 것 같다. 지금은 한 5초 정도 걸리는 듯 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오래 걸리나 보다. 이러다가 내 잡생각이 드는 속도가 심상의 속도보다 빨라지면 어쩌지, 다시는 심상으로 생각을 쫓을 수 없게 되는 걸까.


아픔이 한 번 피 속을 돌고 카페로 돌아오는 길, 상쾌한 바람이 피부를 감싼다. 아침의 햇살은 부드러운 그림자를 만들고 그림자는 형체와 함께 솔솔 나부낀다. 바람에 날렸을까, 걷는 길에 지쳤을까, 한 바탕 그러고 나면 내 그림자는 어쩐지 희미해진 것 같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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