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수영장, 카페, 그리고 조용했던 저녁식사.
아침부터 빗소리가 창가를 두드렸다.
그래, 일본 날씨 예보는 틀린 적이 없지.
어제부터 내일까지 강수 확률 100%라더니,
역시나 정확하게 맞혔다.
아침부터 정말 많은 비가 내렸다.
여행 중의 비는 살짝 당황스럽지만,
또 어떤 날보다 천천히, 깊게 머물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한다.
오늘은 리조트 안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나는 수영을 좋아해서,
이번 여행에서 수영장 이용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
야외 풀은 아직 개장을 안했지만
작은 실내 수영장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설레었다.
아침을 먹고 천천히 준비했다.
한국에서 챙겨 온 목튜브, 수모, 수영복.
하윤이는 물을 좋아하니 걱정 없지만,
시윤이에겐 오늘이 생애 첫 수영장.
잘 놀 수 있을까?
다행히 우리 외에는 또 다른 한 가족만 있었고,
실내지만 온수풀도 있고 한산해서
훨씬 더 여유롭게 즐길 수 있었다.
수영을 못하는 남편은 시윤이와 함께 유아 풀에서,
나는 하윤이와 깊은 풀에서 시간을 보냈다.
다리가 닿지 않아도 겁 없이 첨벙이는 하윤이.
물장구와 웃음소리가 어우러져
풀장 천장 아래 오래도록 맴돌았다.
시윤이도 처음엔 살짝 긴장한 듯했지만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금세 표정이 풀렸다.
첫 수영장 데뷔 치고는 꽤 성공적이었다.
점심 무렵, 1층 로비에 있는 야자수 카페에 들렀다.
지날 때마다 하윤이는
“엄마! 여기 물고기 진짜 많아!” 하고 외쳤던 곳.
어항을 유난히 눈여겨보던 그 공간에서
다같이 잠시 앉아 쉬었다.
가격은 ‘호텔 가격’이었지만,
그만큼 분위기도 좋았다.
시원한 아이스커피 한 잔과 함께
잠깐의 여유를 즐기려던 순간—
요즘 들어 부쩍 소리지르기에 진심인 시윤이
악 소리가 로비 전체에 울려 퍼졌다.
다급히 가방에서 바나나, 떡뻥, 치발기를 꺼냈다.
조용한 휴식은 또 다음 기회에.
저녁은 리조트 안 중국 레스토랑에서.
중국 음식을 좋아하는 남편의 픽.
일본어가 능숙한 중국 직원분을 보니
내가 일본 호텔에서 일하던 때가 떠올랐다.
우리는 탄탄면, 볶음밥, 슈마이를 간단히 주문했다.
계속 울던 시윤이는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떡뻥을 손에 쥔 채 깊게 잠들었다.
음식은 기대 이상이었다.
볶음밥이 고슬고슬하고,
탄탄면은 고소하고 진했다.
작년에 도쿄에서 갔던 중식당이 떠오를 만큼 만족스러웠다.
한 명이 조용하자
그제야 우리 부부 사이에도 오랜만에 대화가 오갔다.
무슨 맛인지 알고 먹는 식사도, 참 오랜만이었다.
창밖엔 여전히 비가 내렸지만,
배가 든든하니 마음까지 평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