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2. 미슐랭보다 귀한 동물원 레스토랑

도착은 했고, 이제 진짜 하루가 시작됐다.

by 고윤고

둘째 날 아침, 햇살이 눈부셨다.

우린 오늘도 여느 때처럼 부지런히 움직였다.

낯선 호텔 방이지만, 기상 시간은 칼같이 지키는 아이들.

응 얘들아, 6시 30분에 꼭 안 일어나도 돼—


오늘은 셔틀버스를 타고 근처 동물원에 가는 날이다.

작은 버스 천장에는 솔방울이 달려 있었는데,

솔방울 수집가인 첫째 하윤이가 바로 반응했다.


미야자키 시립 동물원은 오래되고 규모도 작았다.

허름한 입구, 낡은 대여 유모차를 보고

‘괜찮으려나?’ 싶었지만,

하윤이는 벌써 신나서 뛰고 있었다.


어른이 되니, 이거 저거 재는 게 많아지는 것 같다.


입구부터 동물 발자국이 그려져 있어

아이들이 그걸 따라가게 되어 있었다.

오르막길인데도 눈치 못 채고 신나서

“이건 누굴까? 코끼리 같아!! 아 맞네, 코끼리네!!”


이미 텐션 맥스인 아들.

나도 재미있어서 힘든 줄 모르고 걸었다.


발자국을 따라 조금만 걷다 보면

정말 코끼리가 눈앞에 나타난다.

응? 원래 이렇게 가까이서 보이는 게 맞아?


서울에서 갔던 동물원에선

코끼리가 저 멀리 있었는데,

여긴 정말 우리 바로 앞에 있었다.


나도 남편도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예전 구조라 그런가? 원숭이우리처럼 가깝네?

가까이서 코끼리를 보니 더 생생했다.


조금 더 걷다 보니 해가 너무 뜨거워져서

가방에서 개구리 모자를 꺼냈다.

하윤이가 어린이집에서 바깥놀이할 때마다 쓰던,

익숙하고 귀여운 그 모자.


햇빛도 강하고,

무엇보다 ‘원에서도 이걸 쓰고 다녔지?’

조심스레 이곳에 아이의 일상을 전하고 싶었다.


“개구리 모자 쓰자~”

…응, 역시나 우리 아들은 아니야!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잠깐 머리에 올렸다가 이내 바닥에 툭.

“이거 안 쓸 거야. 나는 모자 싫—어.”


결국 잠깐 올렸던 순간만 사진 속에 남았다.

모자는 조용히 다시 가방 속에 넣었다.



코끼리를 시작으로

왈라비, 캥거루, 원숭이들, 호랑이 두 마리, 잉어 연못을 지나 놀이동산 근처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동물원 끝에는 작은 유원지가 있었다.

삐걱대는 낡고 녹슨 놀이기구들.

세월이 고스란히 묻어 있어서

괜히 그 앞에서 한참을 바라보게 됐다.


마침 점심시간.

우리는 밥을 먹으러 들어갔는데

“어, 어떡하지…?”

이유식을 하나도 안 챙겨 온 걸 그제야 깨달았다.


둘째 시윤이는 아직 돌도 안 됐고

하루 세 끼 이유식을 먹는 중인데…

아침에 정신이 없더라니.


급하게 기저귀부터 갈아주러 유아휴게실로 향했다.

그때 벽에 붙어 있는 작은 안내문이 눈에 들어왔다.

“이유식 판매합니다.”


응?? 정말로?


반신반의하며 카운터에 물어보니

5개월, 7개월용 두 종류의 이유식을 판매 중이란다.

일본 시판 이유식은 간이 센 편이라 아이 개월수보다 어리게 항상 사고 있었는데 마침 잘됐다.

두 개 주문.

하… 살았다.


레스토랑에는 주먹밥, 우동, 카레 같은 간단한 메뉴가 있었고 특별할 건 없었지만

이유식을 파는 레스토랑.

그 어떤 미슐랭보다,

오늘 나에겐 더 귀하게 다가왔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하윤이가 졸기 시작했다.


“어, 밥 먹다 졸기는 처음 보네?”

그러게, 누가 여섯 시 반에 일어나래.


결국 유모차에 기대 꾸벅꾸벅 졸던 하윤이는

동물원에서 모은 이야기들을 안고, 돌아오는 길 내내 푹 잠들어 있었다.



결국 하윤이도, 시윤이도

셔틀버스 안에서 나란히 잠들었다.

이 정도면, 오늘 하루 잘 살아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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