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소리 따라 걷던 하루
아침엔 흐렸다.
회색 구름 아래 택시를 탔다.
햇빛은 없었고, 바람이 살짝 불었다.
또 비가 오려나?
일찍 일어난 아이들은 아직 비몽사몽.
창밖을 바라보는 눈이 조용했다.
아오시마에 가까워질수록 구름이 천천히 걷히기 시작했다.
섬에 도착하자, 마치 약속한 듯 햇살이 쏟아졌다.
회색 하늘은 파랗게 물들어갔고,
바람도 기분 좋게 불었다.
사실 호텔에서 꽤 멀었다.
택시비가 조금 걱정됐다.
돌아올 때까지 합하면 꽤 나올 텐데.
그래도 하윤이랑 시윤이에게 바다를 보여주고 싶었다.
창밖 너머가 아니라,
아이들이 그 안에 서서 바다를 보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냥, 오기로 했는데—
아, 정말 잘 왔다.
기분이 맑아지는 건,
이런 순간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미야자키에서 늘 멀리 보이던 바다가
드디어 눈앞에 닿았다.
이젠 창밖 풍경이 아니라,
우리가 그 안에 서 있었다.
하윤이에게는 처음 보는 바다였다.
시윤이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파도 소리를 들은 하윤이는 멈춰 섰다.
한참을 바라보더니 말했다.
“여기 진짜 멋있어—”
바닷가 바위에 박혔다 떨어진 듯한 돌들을 가리키며
“이게 뭐야? 돌멩이가 많아—” 하고 웃었다.
신기한 도깨비빨래판을 보고
“왜? 왜?”를 반복하는 하윤이에게
주상절리를 설명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공부 좀 하고 올걸…
하윤이 손을 잡고 도깨비빨래판 위를 걸었다.
“엄마, 끝까지 가볼까?”
하나, 둘. 하나, 둘.
바위를 따라 걷는 아이의 발걸음이
대견하고 예뻤다.
섬 안쪽으로 이어지는 길은 더 조용했다.
신사까지 이어진 그늘진 산책길.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고,
큰 솔개가 하늘 위로 날아오르고,
나는 자꾸 멈춰 섰다.
오늘을 더 많이 기억하려고.
카메라에 자꾸 담아두고 싶었다.
돌아나오는 길,
다른 일본인 엄마에게 가족사진을 부탁했다.
벌써 며칠째 여행 중인데,
아이들과 함께 사진 한 장 찍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바다가 또 보고 싶다는 하윤이 손을 잡고
다시 해변가로 향했다.
신발과 양말을 벗고,
파도가 밀려드는 바다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발끝에 찬 물이 닿았다.
“아직 파도가 안 오네.
조금 더 가까이 가볼까?”
라고 말한 순간—
철썩.
파도가 와서 내 치마가 흠뻑 젖어버렸다.
하윤이도 놀랐는지
“젖었어— 이제 나갈래.”
하면서 뒤로 물러섰다.
잠깐이었지만,
깔끔쟁이 하윤이가 맨발로 바다에 들어갔다.
그걸로 충분하다.
옷은 젖었고,
발에는 모래도 묻었지만,
아이들의 첫 바다 치고는
꽤 괜찮은 하루였다.
돌아오는 택시 안,
두 아이는 금세 잠들었다.
잠든 얼굴엔 땀도 있고,
옷엔 모래도 묻어 있다.
남편과 눈이 마주쳤다.
“시윤이 코 탔어—”
작게 웃으며 호텔로 향했다.
혹시 아이들이 깰까 봐.
하윤이가 오늘 달린 바다를
기억해줬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