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5. 맛있는 엔딩

고요함으로 시작해 바삭하게 끝난 하루

by 고윤고

새벽 다섯 시 반.

아무도 깨지 않은 방 안에서, 나만 조용히 눈을 떴다.

마지막 날이라서였을까.

아니면, 이 며칠 동안 눌러두었던 마음의 피로가

슬며시 나를 깨운 걸까.


커튼을 걷자, 바다 위로 해가 오르고 있었다.

창가에 앉아 말없이 그 장면을 바라봤다.

육아에 조금 지쳐 있었던 나날.

쉼을 찾아 아이들과 미야자키로 왔지만,

여기서도 결국은 육아의 연장선.

그런데도 넓은 바다를 보고 있으니, 숨이 트이는 기분이었다.

이 고요함이, 참 소중했다.


한 시간이 지났을까.

아이들이 하나둘 깨어나고, 조식당으로 향하자

금세 여행의 현실이 시작됐다.

시윤이는 소리를 지르고, 하윤이는 뭐가 마음에 안 드는지 계속 찡찡댔다.

테이블엔 음식보다 목소리가 먼저 올랐다.

아침의 여운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정신없는 하루가 다시 이어졌다.


비가 오려는지 하늘도 흐렸다.

그래도 마지막 날이니까, 또 한 번 힘을 내 보기로 했다.

아이들을 챙기고, 호텔 셔틀버스 시간에 맞춰 나갔는데—

차가 없었다.

아, 출발 시간을 착각했나 보다.

며칠 동안 잘만 타고 다녔던 버스인데,

오늘 아침은 정말 정신이 없긴 했나 보다.


시내버스는 한 시간 뒤에나 온다고 했다.

결국 또다시 택시.

무료로 갈 수 있었던 거리를 몇만 원 주고 이동하게 되자

자꾸만 자책이 밀려왔다.

그래도 나가야지.


며칠 동안 역 근처를 지날 때마다

눈에 들어왔던 커다란 로켓이 있는 과학관.

미야자키역 바로 옆에 있는 그곳은

아이들이 몸으로 직접 체험하며 과학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라고 했다.


도착한 과학관은 아기자기하고 활기찼다.

벌써 놀고 있는 아이들이 많았다.

“아—아—”

시윤이가 뭔가를 가리키며 열심히 말했다.

공룡 시뮬레이션을 본 것 같았다.

남자아이들은 공룡파, 자동차파로 나뉜다던데

하윤이는 자동차, 시윤이는 공룡인가 보다.


하윤이도 조심스럽게 공간을 둘러봤다.

손을 잡고 커다란 비눗방울 안에 들어가기도 하고,

관 안의 미끄럼틀을 몇 번이나 탔다.

우주선 조종대를 붙들고는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나랑 남편이 해도 재미있을 정도로

과학 현상을 직접 체험할 수 있게 잘 꾸며져 있었다.


‘이게 뭐야?’, ‘왜?’

물음표 가득한 얼굴로 뛰어다니는 하윤이를

한 걸음 뒤에서 바라봤다.


과학관이 문을 닫을 시간이 되어

조금씩 내리는 빗줄기를 헤치고 역으로 돌아왔다.

그래, 마지막 날이니까 저녁은 밖에서 먹어볼까.

근처 이자카야로 향했다.


기분 좋게 마무리하고 싶었지만,

아이들 체력은 한계에 다다른 듯했다.

시윤이는 유모차에서 자다 깨자 울음을 터뜨렸고,

나는 아이를 안고 가게 밖으로 나와야 했다.


하윤이도 피곤했는지 연신 짜증을 냈고,

남편은 그걸 달래느라 지쳐 보였다.

서로 말없이 눈치를 보며

조용히 밥을 넘겼다.


‘역시 이런 데는 애들이랑 오는 게 아니었나.’

‘그냥 호텔로 갈 걸…’

이런저런 후회가 밀려왔다.


그때, 테이블 위로

김이 모락모락 나는 테바사키가 나왔다.

바삭하게 튀겨진 닭날개.

한 입 베어무는 순간,

우리 셋 모두의 얼굴이 조금씩 풀렸다.

“진짜 맛있다.”

남편이 웃었고,

하윤이는 “꼬꼬치킨 내가 다 먹을 거야!”라고 외쳤다.


계획대로 되지 않았지만,

그 바삭한 한 입 덕분에 하루가 마무리되었다.


고요함으로 시작해,

정신없이 흘렀고,

맛있는 한 입으로 끝난 하루.


그게 우리의,

미야자키 마지막 날이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