벳푸1. 캐리어 둘, 유모차 하나, 아이 둘 그리고

미야자키에서 벳푸로

by 고윤고

아침 일찍, 또다시 짐을 끌고 미야자키역으로 향했다.

짐이 왜 더 늘었는지는 모르겠다.

우리는 각자 큰 배낭을 메고,

남편은 아가띠로 시윤이를 안고,

나는 하윤이 손을 잡고,

캐리어 두 개에 접이식 유모차까지.


그야말로 한 가족 이사단.

짐이 많으니 마음은 바빠지고,

기차 시간은 정해져 있고, 조금 신경이 쓰였다.


이번에 향한 곳은 벳푸.

온천 마을로 유명하지만,

우리는 일부러 조용한 주택가의 가정집을 예약했다.

호텔이 예쁘긴 하지만,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는

예쁜 것보다 ‘살기 편한’ 게 최고니까.


세 시간 반 기차는 사실 좀 걱정됐다.

많이 흔들리기도 했고.

하지만 의외로 괜찮았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시윤이는 출발하자마자 두 시간을 내리 잤고,

그 사이 우리는 몰래 에키벤을 펼쳤다.

건너편에 시윤이를 안고 앉은 남편,

내 옆에 앉은 하윤이.

아기새에게 먹이 주듯, 도시락 하나를 셋이 나눠 먹었다.


하윤이는 창밖을 보며 신이 나 있었다.

“어? 덤프트럭이다!”

“래미콘이다!”

“빨간 차! 나만 봤지~”


덜컹덜컹, 생각보다 심하게 흔들리는 기차에

하윤이가 약간 당황한 눈치.

“엄마, 기차가 왜 그래?”


그래도 다시 자동차 찾기에 여념이 없다.


물론 마지막 한 시간쯤 남기고는

엉덩이를 씰룩이며 “불편해… 그만 타고 싶어…”를 반복했다.

하윤이도 이렇게 장거리는 처음이라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벳푸역에 도착해서는

걸어서 숙소로 향했다.

다행히 가까워 큰 무리 없이 도착.


그리고 문을 열자마자

“와…” 소리가 절로 나왔다.

볼풀 텐트, 아기 장난감, 아기의자, 아기 침대, 아기 변기, 목욕놀이 장난감까지.

심지어 유모차도 대여 가능.


아이를 키우던 집이었구나 싶은 정돈된 따뜻함이 있었다.


호텔에선 며칠만 지나도 불편함이 느껴졌는데,

이곳은 달랐다.

딱 ‘살 수 있을 것 같은’ 집.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준비된 집에 도착하니,

처음으로 마음이 편해졌다.


짐을 풀고 역 근처에서 밥을 먹고,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 아이들과 목욕도 하고,

하윤이와 시윤이는 볼풀 텐트에 들어가

도통 나올 생각이 없었다.


그 모습이 참 좋았다.

아이들이 지내기 좋은 집이

부모에게도 쉼터가 되는 것 같다.


이제 벳푸에서의 날들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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