벳푸 2. CBS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우리 이야기

단골음식점을 찾았다

by 고윤고

미야자키에서 밀린 빨래를 아침부터 시작했다.

햇살이 눈부시게 뜨거웠고, 숙소엔 작은 마당이 있었다.

나는 하윤이와 함께 빨래를 널었다.

어느새 익숙해진 아이의 손놀림과, 마당 가득 퍼지는 섬유유연제 냄새.

그 순간이 꽤 근사하게 느껴졌다.


간단히 아침을 챙겨 먹으며, 한국에서 듣던 CBS 라디오를 켰다.

그대와 여는 아침, 김용신 아나운서의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낯선 일본이 순간, 조금은 익숙해졌다.

여행자에서 ‘삶을 사는 사람’으로 변해가는 기분.


갑자기 생각이 나, 짧은 문자를 보냈다.

“미야자키에서 시작해 한 달간 아이들과 일본 여행 중이에요.”

그저 그런 인사처럼 보냈는데…


이게 무슨 일일까.

잠시 후, 라디오에서 정말 내 사연이 흘러나왔다.

내가 보낸 문자를 읽어주는 그 순간,

나도, 남편도 소리를 질렀다.

“우리 얘기야! 지금 말하는 사람 나야!”


하윤이는 옆에서 말했다.

“엄마, 왜 시끄럽게 해~”

우린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흥분했다.

이런 여행 중의 작은 기적이 있을 줄이야.


라디오의 여운을 안고, 오늘은 숙소 근처를 산책했다.

도보 5분 거리에 큰 공원이 있었다.

마침 근처 어린이집에서 소풍을 나왔는지,

또래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하윤이도 오늘이 초롱어린이집 소풍날이었는데.

그 장면이 괜히 뭉클했다.


아이들과 함께 공원 잔디밭을 달리고,

근처 스타벅스에 들러 잠시 여유를 마셨다.

그 여유로움에 깊숙이 빠져 있을 무렵,

놀랍게도 아이 둘이 동시에 잠이 들었다.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지.

우린 근처 대만식 중화요릿집에 들어갔다.

대만라면과 닭고기볶음 정식을 주문했다.


입안 가득 짭조름한 행복.

남편은 그날 이후 단골이 되었다.

며칠 동안 몇 번이나 더 찾았는지 모른다.


식사 후엔 장도 봤다.

쌀, 물, 사과…

이제 진짜 이 동네에서 살아가는 느낌.

잠깐의 여행이 아닌,

이제는 매일을 쌓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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