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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희 May 13. 2019

다중이의 삶

워킹맘으로 살아가기

 엄마와 일, 그 역할 사이에서


‘눈이 부시게’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의 제목이다.

시간여행을 하는 김혜자를 연기하는 젊은 날의 한지민과 하루아침에 노인이 된 김혜자 배우들의 연기속에 우리들의 삶이 투영되어 보인다. 가정을 돌보고 일찍 세상을 등진 남편 대신 미용실을 하며 어렵게 삶을 살아왔을 혜자의 삶은 어쩌면 오래도록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엄마의 삶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다리를 다친 아들의 시간을 돌리고 싶어 몇번이고 시간을 돌리고 다시 바라고 옆을 지키는 엄마, 현실은 시간여행이 아닌  알치하이머를 앓는 환자였다.

시간을 이탈해서라도 돌아가고 싶은 순간을 향해  수없이 돌아가 바꾸고 또 바꾸고 싶어했다.

드라마에서 말하는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날들은 삶의 순간마다 존재하며 연애와 결혼, 그리고 또 다른 삶으로 이어지는 기쁨과 슬픔의 연결고리들이 교차되어 만들어가는 날들이라 말한다.

시간을 되돌려 가고 싶은 순간을 다시 돌아가 보지만 결론은 늘 다른 아픈 고리들은 부메랑처럼 다른 아픔으로 돌아와있다.

행복한 날들들만 지속된다면 그 만큼의 행복의 깊이를 느끼지 못했으리라.

시간과 가족, 엄마의 일생, 그리고 행복이라는 단어를 사이에 두고 보여진 드라마의 종영을 지켜보며 그녀의 삶은 아름답게 마감했지만 한편으로 젊은 날의 가사를 돌보고 일을 하던 엄마의 모습이 교차되어 보여 여성의 시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다시 떠올리며 한편으로 애잔한 마음이 들어 아리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우리 시대의 여성이고 또 아름답고 행복한 삶을 꿈꾸는 평범한 사람이다.

“누군가의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이었고, 그리고 나였을 그대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

그 말 속에 담긴 많은 의미들은 어머니로서의 삶에 대한 무게와 반면 그 안에서 찾을 수 있는 행복들이 교차되어 보인다.


엄마라는 이름의 무게는 많은 책임을 가지게 된다.

육아와 가정생활, 그리고 나의 일을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컨트롤 해야한다.

임신과 육아를 겪으며 직면한 현실과 나의 내면과 부딪치며 나의 다중성을 마주했던 순간들이 있었고,

‘참을 인’자 마음속에 쓰며 워킹맘으로 육아를 위한 마음을  다잡았던 순간들도 수없이 많았다.

일과 가정, 나와 엄마라는 역할의 사이에 존재하는 많은 것들을 어떻게 잘 저글링하느냐에 대한 고민들은 늘 존재한다.

불가피한 상황에 불안한 마음으로 새벽 비행기를 타야했던 일, 아이의 하교시간이 가까워 오며 느끼는 촉박한 마음, 아이의 등교를 배웅하지 못하는 날은 늘 불안감과 미안한 마음이 따라 다녔다.

아직 어린 나이의 아이를 혼자두고 움직여야 하는 날들은 가끔 왜 이렇게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져보기도 했다.  하지만 엄마와 일, 사이에서 나를 놓지 않으려는 노력을 지속하는 이유는 나 자신이 알고 있다.

엄마로서의 시간, 그리고 일하는 회사의 대표로서의 시간, 많은 일들 중에 스스로 컨트롤 하며

많은 시행착오들 속에서 일과 삶이 균형이라는 지점을 끊임없이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감정적 그리고 현실적 다중이

아침을 차리는 나를 보며 아이가 이야기를 꺼낸다.

“엄마, 전화가 오면 엄마는 기분이 좋아져요?”

“왜,아들?”

“그냥, 전화오면 기분이 좋아보여서요.”

어느 날엔가 아이가 나에게 한 말이다.

아차, 가끔은 아이를 혼내고 있다가도 업무상 전화가 오면 난 높은 톤으로 응대하게 된다.

‘나 지금, 기분나쁘니 나중에 통화하죠.’ 가 되는 사이가 아니지 말이다.

업무 전화를 끊고 아이를 바라본다.

아이의 눈에 비친 나의 모습은 어땠을까?

결론은 엄마는 전화를 받으면 기분이 좋아진다로 마음속 결론을 내렸을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다중 인격도 아닌데 가끔 이렇게 다양한 감정을 오락가락하며 컨트롤해야하는 경우들이 생긴다.

육아와 일을 병행해서만 생기는 일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나의 상황에 따른 감정의 컨트롤은 늘 어렵지만 많은 상황과 시간이 지나며 방법을 찾아가기도 한다.


아이와 낮시간을 공유하는 시간이 있을 때일 수록 아예 풀어져 버리는 날도 마감이 급한 날에는 좀처럼 집중을 할 수 없게 되어 예민해져 있기도 하고, 미팅이 있는 날 시간에 쫒기게 되면 아이마저 재촉하게 되는 날도 있다.

아이의 시간을 존중하지 못해 미안한 날이 연속되면, 하루를 아이의 마음을 돌아봐주려 시간을 내기도 한다.

이런 날 저런 날들을 지내며 현실적인 감정에 익숙해져 가고 또 어느 순간에 대처하는 방법도 생기는 것 같다.

화가 나는 날,기분 좋은 날, 슬픈 날, 많은 날들의 감정들을 겪으며 나의 감정을 정리하는 방법을 하나 만들어 두기로 했다. 한정없이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누군가 소통을 위한 클래스를 열어보기도 한다. 그래서 그 일은 취미이기도 하고 누군가와의 소통의 일이다.


모두 다 잘해낼 것은 없다.

내가,아이가 그리고 가족이 행복할 수 있는 선을 찾아가며 그리고 서로 배려하며 그 감정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일 뿐이다.

다만 감정을 다스리는 나만의 방법을 하나쯤 마련해 두는 것으로 다중적인 나의 모습의 균형을 잡아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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