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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맨오브피스 Jan 09. 2022

8년 간 다닌 회사를 떠나는 마음


생각보다 별 생각 들지 않았다. 뭔가 뭉클하고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가득 찰 것 같았으나,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예전에 조 로건(Joe Rogan) 팟캐스트에 개럿 레이즈먼이라는 우주비행사가 게스트로 나온 적이 있었다. 그가 생애 처음으로 우주에 올라가 우주정거장 창문으로 푸른 지구를 바라보았을 때 든 느낌은... '그냥 그랬다(Meh)'고 말했다. 그가 느꼈던 기분이 지금 나의 기분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한다. 좋지도 않고 싫지도 않고 별 느낌 없다.


마치 결과물을 확인하기 전이 더 두근거리듯이, 퇴사 당일보다는 베를린 본사와 각국 지사 동료들에게 퇴사 소식을 알리고 인수인계를 할 때 오히려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시원섭섭한 마음, 떠나기 싫은 마음, 새로운 곳에 대한 기대감이 뒤섞여있었다. 또, 동료들이 Thankbox라는 서비스를 통해 써준 굿바이 카드를 읽을 때는 감동이었다.


그리고 막상 근무 마지막 날이 되니 심심해졌다. 군대에서 전역하는 당일에는 뭔가 벅찬 기대감이 있었던 것 같은데, 무려 8년이나 다닌 회사에서 나가는데도 무덤덤하다.


이게 좋은 것일 수도 있다. 지지고 볶으며 대판 싸우고 퇴사하지 않고, 모두와 원만하게 마무리 짓고 축하받으며 퇴사하는 것이니 오히려 자연스럽겠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다 같이 사무실에서 일하고 퇴근하며 작별을 했으면 눈물을 글썽였겠지만, 비대면이라 그런지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깔끔하다.


나는 2주 간의 휴식을 갖은 뒤에 새로운 직장으로 간다. 휴식 때는 짧게 국내 여행을 하고, 부모님과 친구들을 만나고, 게임하고 책 읽는 것이 전부다. 그래도 일 생각하지 않고 온전히 쉼에 집중할 수 있는 8년 만의 휴식은 꽤 달콤할 것이다. 그러다 심심하고 좀이 쑤실 때쯤이면 새로운 첫 출근 날일 것이다.


변화는 늘 긴장되면서도 기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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