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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맨오브피스 Jan 16. 2022

전주 떡갈비집의 알바 로봇

퇴사 기념으로 아내와 전주에 놀러 갔다. 국내 여행을 거의 해보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늘 있었는데 딱 좋은 타이밍이었다.


전주역에는 점심때 즈음 도착하여 한옥마을에 있는 '교동 석갈비'라는 곳에 식사를 하러 갔다. 지글지글 맛있는 떡갈비와 쫀득한 연잎 주먹밥을 함께 먹었고 기대한 만큼 깔끔하고 맛있었다.


전주다운 전통 스타일 인테리어를 즐기던 중, 나의 눈길을 확 사로잡은 것은 다름 아닌 서빙 로봇이었다. 서빙 로봇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일하는 모습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아내와 두리번거리며 세어보니 총 3대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들의 역할은 명확했다. 일단 주방 쪽에서 음식이 나오기를 대기한다. 음식이 완료되면 주방 직원들이 서빙 로봇에 부착되어있는 트레이 위에 음식을 전부 올린 후 테이블 번호를 입력한다. 그러면 로봇은 180도 회전 후 음식을 든 채로 목표 테이블로 이동한다. 이동할 때 '위잉~'하는 기계음이 나긴 하지만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었다.


테이블에 도착한 후에 '음식이 도착했습니다~'라는 안내 음성이 나온다. 원래대로라면 트레이 위에 있는 음식을 손님이 직접 테이블로 옮기는 것이겠지만, 식당이 저렴한 곳은 아니라 서빙 직원 분이 직접 옮겨주었다. '서빙 직원이 있으면 뭐하러 로봇을 쓰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직원이 직접 무거운 음식을 나르지 않아도 되는 것은 큰 장점으로 보인다(손목 보호, 음식 떨어트리는 사고 방지 등). 인간과 로봇이 적절한 팀워크를 이루고 있었다.


서빙 로봇이 어떤 녀석인지 검색해보았다. LG전자에서 나온 CLOi(클로이라고 읽음)라는 모델이었고, 판매 가격은 약 2000만 원 정도였다. '서빙 보조로만 사용하기엔 너무 비싼 것 아닌가?'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정수기 렌탈과 비슷한 프로그램이 있었다. 월 60만 원 정도의 가격에 5년 사용 시 소유권이 이전되는 방식.


전주 한옥마을은 그 이름에 걸맞게 매우 전통적이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로봇과의 만남 덕분에 한층 더 신선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전통과 디지털이 절묘하게 조화되는 모습을 보면 일상의 디지털에서 볼 수 없는 묘한 만족감이 느껴져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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