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워들(Wordle)이라는 게임을 시작했다. SNS에서 보고 흥미가 생겨 시작했다고 한다. 나는 별 흥미를 보이지 않다가, 유명 유튜버가 언급하는 걸 보고 크게 유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직접 해보니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워들은 단어 맞히기 게임이다. 아무 단어나 일단 던져보면 어떤 알파벳이 정답의 알파벳과 겹치는지 알려주고, 그 힌트를 바탕으로 정답 단어를 입력하면 된다. 총 6번의 기회가 주어지므로 그 안에 맞혀야 한다.
게임의 룰은 복잡할 것이 없고 획기적이라고 할 것도 없지만, '하루에 단어 1개'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게임 더 하고 싶어도 24시간이 지나야 정답 단어가 바뀌므로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요즘 같이 '단순한 게임 = 중독성 추구' 공식이 일반화된 시대에 그것을 역행하는 방식이 흥미로웠다.
재밌는 점은 중독성이 없기 때문에 매일 찾게 된다는 것이다. '가볍게 한 판 -> 중독되어 하루 종일 플레이'가 아니라, '가볍게 한 판 -> 내일도 가볍게 한 판'으로 이어지는 식. 하루 한 판으로 제한되어 있으니 남들과 함께 즐기기 좋고, 부담도 없다. 실제로 아내와 나는 이제 매일 저녁 함께 워들 정답 맞히는 시간을 갖는다. 같이 정답을 궁리하며 재잘대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워들은 웨일스 출신의 조시 워들(Josh Wardle)이라는 개발자가 아내를 위해 만든 게임으로, 몇 주 전 뉴욕타임스에 매각되었다. 매각 액수가 정확히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7자리의 낮은 달러 액수'라는 것을 봐서는 대략 10~20억 원 사이이지 않을까 추측한다. 게임에 아무 수익화 모델이 없어 개발자가 서버 비용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이 아닐까 걱정되었는데, 매각으로 돈을 번 것을 알고 나서는 마음이 놓였다.
게임만 덩그러니 있었던 예전과는 달리 현재는 워들 페이지 왼쪽에 메뉴가 하나 생겼다. 메뉴를 열어보면 뉴욕타임스가 제공하는 다른 게임들을 살펴볼 수 있다. 언론사답게 크로스워드, 스펠링비, 스도쿠 등 모두 신문에 어울릴만한 게임을 제공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속셈은 '사용자가 워들을 플레이 -> 플레이 종료 -> 다른 게임을 살펴봄'일 것이고, 크로스워드 같이 유명한 게임은 뉴욕타임스를 유료로 구독해야 플레이할 수 있으므로 자연스레 구독자를 늘릴 수 있다. 하루에 워들을 플레이하는 사람들은 수백만 명에 달하는데(뉴욕타임스에 붙었으니 더 늘어났을 것이다), 그중 유료 구독을 신청하는 되는 비율이 0.5%만 되어도 10~20억 원은 괜찮은 투자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