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가지 수가 많아지면서 다시금 할 일 목록이 어지러워졌다. 원래는 모든 것을 에어테이블(Airtable)에 넣어놓고 하나의 리스트로 관리했었다. 우선순위를 정해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훑으면 '오늘 할 일 끝!'이라고 외치며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의 내용이 복잡해지면서 사용하는 툴이 늘어났다.
에어테이블에 있는 내용을 모두 노션(Notion)으로 옮겼다. 노션은 다양한 종류의 데이터 보관 형식을 제공하여 입맛대로 꾸미기 좋다. 단점은 그 강력함 덕분에 정말로 많은 것들이 담기게 된다는 것이다. 개인 메모, 수집한 정보, 프로젝트 관리뿐만 아니라 회사 업무나 위키까지 들어가니 순식간에 거대한 데이터베이스가 되었다.
한 곳에 모든 것이 모여있는 환경은 내가 늘 바라던 것이었는데, 막상 그 환경에 가까워지니 문제가 생겼다. 정보가 너무 많아 다른 곳에 신경을 뺏기는 일이 지속적으로 일어난다. 프로젝트 마감일을 확인하러 들어갔다가 '제품 쪽 정보 업데이트가 안됐네'라며 다른 일에 금방 신경이 쏠려버린다. 안 그래야지 마음을 먹어도 나도 모르게 시선이 가기 때문에, 나는 지금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가를 자꾸 까먹게 된다.
그래서 메모장 앱을 하나 설치했다. 앱의 이름은 심플노트(Simplenote)이며, 노트북, 휴대폰 등 다양한 기기에서 구동된다. 나는 여기에 오늘 해야 할 일을 4~5줄 정도 적는다. 노션에는 무거운 내용을 담아놓고, 메모장에는 정말 간단한 내용만 적는다. 내가 지금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확인하고 싶으면 메모장만 확인한다. 종이 노트에 적어놓는 식으로 관리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모장을 사용할 때 한 가지 원칙을 세웠다. 하루가 끝나면 메모장에 있는 내용을 모두 지워야 한다는 원칙이다. 메모장은 당장 눈앞에 있는 일을 처리하는 용, 나머지는 장기적인 내용을 보관하고 관리하는 용으로 구분해놓았다. 그동안은 강력함에만 집중했는데, 이제 단순함에도 신경을 써야겠다. 해야하는 업무의 복잡성을 줄이기는 힘드니, 잠시 시선을 돌릴 수 있는 도피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