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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맨오브피스 Mar 06. 2022

삼국지가 알려주는 IT 생태계

몇 주 전 <전략 삼국지>라는 만화책을 완독 했다. 총 60권의 대장정이었고, 며칠간 크게 여운이 남아 계속해서 관련 이야기를 인터넷에서 검색하며 시간을 보냈다.


삼국지에서 기억에 남는 포인트라면 정말 여러 가지가 있지만, '천하대세(天下大勢), 분구필합(分久必合), 합구필분(合久必分)'라는 말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천하의 대세가 나뉘어 있으면 반드시 합쳐지고, 또 합쳐진 상태가 오래되면 반드시 나눠진다는 뜻의 말이다. 그리고 이 말은 비단 삼국지뿐만 아니라 현재의 IT 생태계를 잘 나타내 주는 말이라 느낀다.


넷플릭스가 혜성같이 등장 이후 세상의 모든 영화와 드라마가 넷플릭스에 입점하기 시작했다. <하우스 오브 카드> 같은 오리지널 콘텐츠까지 추가되면서, 넷플릭스 하나면 만사 해결이었다. 천하의 대세는 하나로 합쳐지고 있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 스트리밍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넷플릭스는 수많은 도전자들을 만나게 되었다. HBO MAX, 디즈니+, Peacock, Paramount+, Roku TV, 훌루 등 수많은 OTT 서비스들이 출시되었고, 국내에서는 왓챠, 티빙 같은 서비스들이 인기를 얻으며 OTT 천하대세는 다시 나뉘게 되었다.


노트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에버노트가 오랫동안 노트 종결자의 위상을 떨쳤으나, 후에 애플 노트, 구글 킵, 윈도우 원노트 등이 점유율을 빼앗으며 천하대세는 나뉘었다. 그러다 노션이라는 서비스가 생산성 시장을 마구 집어삼키며 다시 통일이 되는가 싶더니, 최근에는 또다시 새로운 서비스들이 출시되어 생태계는 다시 쪼개지게 되었다.


글로벌 온라인 쇼핑의 경우 아마존이 파죽지세와 같은 실행력과 자금력으로 천하통일을 이루는가 싶더니, 최근에는 젊은 세대를 필두로 탈(脱) 아마존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소셜 미디어 플랫폼들에 쇼핑 기능이 붙으면서 굳이 아마존을 통할 필요가 없어졌다. 나이키나 이케아 같은 대형 브랜드들도 고객들과 1대 1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아마존을 떠나고 있다. 서서히 합구필분이 일어나는 것을 느낀다.


쪼개져있을 때의 불편함과 혼란스러움이 합침을 부르고, 합쳐져 있을 때의 경직과 정체 그리고 불합리함이 분리를 부르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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