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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맨오브피스 May 01. 2022

일에서 의미 찾기

디지털 광고 일을 시작한 지 거의 10년이 되었다. 10년 동안 업계에 있으면서 머릿속을 거쳐갔던 이런저런 고민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원래부터 디지털 광고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첫 직장은 게임 회사였고, '취미와 일은 별개구나'를 깨닫고 디지털 광고 회사로 옮겼다. 그저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달렸고, 그렇게 달리다 보니 같은/비슷한 업계에 계속 남아있다. 처음에는 돈을 버는 것 자체로 충분히 재밌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급여가 오르면서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


'나는 이 일을 왜 하는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아무 생각 없이 열심히 사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나는 이 의문이 꼭 해소되어야 한다고 느꼈다.


'디지털 광고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준다' 같은 식으로 회사들은 자신들의 비전을 포장하곤 한다. 하지만 내가 보는 디지털 광고의 핵심은 '돈을 버는 수단'이다. 새로운 제품으로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거나, 쾌적한 서비스로 편리함을 제공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복잡한 알고리즘을 잔뜩 연결해 돈을 버는 것 자체가 존재 이유다.


나는 "광고를 보여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사용자를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사용자는 광고를 안 볼 수 있는 방법에 더 관심이 많다. 그런 사용자들에게 광고를 적극적으로 들이밀어야 하는 나의 일에서 의미를 찾기란 쉽지 않다.


그나마 하나 꼽자면 '광고로 인터넷을 무료로 만든다'는 점이다. 우리가 검색을 하거나 앱을 다운 받을 때, 혹은 뉴스 기사를 읽을 때마다 돈을 내야 한다면 일상에서 접하는 정보의 폭은 매우 좁아질 것이다. 광고 덕분에 사이트 운영자들이 운영비를 충당할 수 있고, 사용자는 돈을 내지 않고 정보를 취할 수 있다. 만약 모든 것이 유료라면 돈이 있는 자와 없는 자 간의 정보 격차는 지금보다 훨씬 클 것이다.


하지만 나는 좀 더 일상의 업무에서 느낄 수 있는 의미가 필요했다. '인터넷을 무료로 만든다'는 미션은 스케일이 너무 거대해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마치 '청소년들의 꿈에 날개를 달아주기 위해'만큼이나 추상적이었다. 회사 홈페이지에 멋진 폰트로 적힌 그럴싸한 미션이 아닌, 정말 와닿는 미션과 비전을 진짜로 믿으면서 일하고 싶었다.


그러나 미션과 비전이라는 것은 뚝딱하고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일단은 내 눈높이에 맞는 곳에서 의미를 찾기로 했다. 디지털 광고라는 것에서 의미를 찾기보다는, 능력 있는 동료들과 합을 맞추면서 무언가를 만드는 것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끼려 한다. 새로운 광고 기술이 나왔을 때, 그 기술을 이해하는 익히는 것에서 기쁨을 느끼려 한다. 일의 내용에서 의미를 찾기보다는, 과정에서 느끼는 재미와 발전에 의미를 두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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