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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을 어떻게 축하해주어야 할까?

by 맨오브피스


현재 직장에서 일한 지 약 6년이 되었다. 매출 0달러 때부터 함께했다. 비즈니스도 비즈니스지만, 회사 문화가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재밌다. 회사 문화는 늘 변한다. 그중 직원들 생일을 축하해주는 문화도 여러 변화를 거쳤다.


초창기

회사가 5명 미만으로 소규모일 때는 모두가 각자의 생일을 축하해주었다. 케이크를 차려놓고 "해피버스데이 투유~"를 불러준 후, 생일자의 짧은 멘트를 듣고, 케이크를 안주삼아 다 같이 맥주파티를 했다. 케이크를 다 부셔먹은 후엔 바에 몰려가 술 마시며 춤추며 놀았다.


20명이 되었다

매출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회사 규모가 커졌다. 생일 축하 규모도 커졌다. 일단 케이크가 비싸졌다. 머핀 같은 다른 안주거리도 등장했다. 팀원들이 각자 사인하고 한 마디씩 적은 생일 카드도 줬다. 오래 근속한 사람에게는 선물도 줬다.


그러다가 50명이 되었다

생일 축하 이벤트가 조금씩 기계적이라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케이크 종류, 축하 형식, 선물 구성 등에 패턴이 생겼다. 인원이 많아 생일 축하가 반복되다 보니 이벤트 느낌이 흐려졌다. 모두가 축하해주는 분위기도 약해졌다. 물론 축하해주면서 즐겁게 노는 사람도 많았지만, 축하해준 후 바로 업무로 복귀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 또한 그랬다. 급히 처리해야 될 일이 있을 때도 있었고, 50명이 나눠먹을 만큼 케이크가 크지 않아 '어차피 못 먹음'이라는 생각도 했다).


또 공개적으로 생일 축하받는 것을 불편하게 느끼는 이도 있었다. 40~50명이 노래를 불러주고 생일자가 한 마디 하는 분위기가 부담스럽게 느껴졌나 보다.


60명 정도인 지금

지금은 생일자가 있으면 누군가가 "OO, 생일 축하해!"라며 슬랙 메시지를 올린다. 많은 이들이 이 메시지에 이모티콘을 달거나 추가 메시지를 단다. 그리고 생일자 외의 모두가 사인한 생일 카드와 초콜릿을 선물한다(생일 선물은 사라졌다). 조용히 고마움을 표시하는 생일자도 있고, 자신이 음식과 술을 잔뜩 준비해 잔치를 벌이는 생일자도 있다(예를 들어 큼지막한 독일 케이크와 보드카를 함께 들고 온다거나). 패턴은 간소화되고, 나머지는 개인플레이로 바뀌었다.


한국에서 원격 근무하는 나는 슬랙 단체방에 올라오는 사진을 감상하는 것이 전부다. 근데 사진만 봐도 (정해진 패턴대로 축하해주던 예전과 비교해) 지금의 개인플레이 분위기가 더 좋다. 떠들썩한 것을 좋아하면 떠들썩하게 파티하면 되고, 조용한 것을 좋아하면 조용하게 보내면 된다. 다들 어느 정도는 자기 멋대로 하고 싶어 한다. 모두가 존중받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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