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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맨오브피스 Jul 03. 2022

화면 보호기는 정말 화면을 보호해줄까?

화면 보호기의 역사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 1983년, 존 소차(John Socha)라는 미국의 프로그래머가 개발한 SCRNSAVE라는 프로그램이 화면 보호기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의 기능은 단순하다. 3분 동안 컴퓨터에 아무 활동이 감지되지 않으면, 슬립 모드처럼 화면을 검게 만든다.


이 프로그램은 모니터의 손상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한 가지 색상을 같은 위치에 너무 오랫동안 표시하면 화면에 영구적 손상이 올 수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처음엔 단순히 화면을 검게 만드는 것에 그쳤지만, 곧 수많은 화면 보호기가 개발되었다. 1989년에 After Dark라는 화면 보호기 소프트웨어가 발매되었는데, 여기에는 날아다니는 토스트기, 움직이는 수족관 등 재미난 그래픽을 보여주는 화면 보호기가 다양하게 담겨 있었다. 화면을 보호해주는 동시에 보는 즐거움까지 제공해준 것이다.


이후에는 화면 보호기가 OS의 기본 기능으로 탑재되면서 오늘날 우리가 아는 화면 보호기로 자리 잡았다. 요즘에 발매되는 모니터의 경우 성능이 워낙 훌륭하여 굳이 화면 보호기를 사용할 필요는 사라졌으나, 개인 정보나 업무 내용을 가리는 용도로 활용되고는 한다.


단순히 보는 재미, 개성 표현의 의미를 담아 화면 보호기를 만들고 공유하는 사람들도 아직 많다. 어떻게 보면 하나의 예술 카테고리로 볼 수 있다. 컴퓨터를 쓰지 않을 때 슬며시 등장해 일정 패턴으로 그래픽 애니메이션을 보여주고, 고정된 그래픽이 아닌 (원래 목적에 맞게) 반드시 움직여야 한다는 점도 재밌다.


본래의 목적은 이제 불필요해졌지만, 그것과 무관하게 화면 보호기는 지금도 우리와 함께하고 있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함께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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