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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맨오브피스 Jul 17. 2022

완료했다는 느낌 되찾기

디지털 생태계의 숙명인가? 모든 것이 끝없이 이어져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업무에서 이메일과 슬랙이 쌓이는 것도 그렇고, 끝없이 반복 플레이가 요구되는 게임도 그렇고,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는 미디어도 그렇다. 뭔가를 완료하고, 빈 시간에 그 완성을 사람들과 회고하는 순간이 사라졌다.


남들이 나에게 메일과 메시지를 보내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나 스스로가 완료의 시점을 만들어낼 수는 있다. '오늘은 여기까지'라며 선을 긋고, 그 이후에 들어오는 애들은 내일로 미뤄야 한다. 내 경우 내일 읽어야 하는 슬랙 메시지는 모두 북마크를 해놓고 '모두 읽음' 버튼을 누른다. 그러면 일단 오늘은 더 이상 읽어야 하는 메시지가 없으므로 '다 끝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다음 날에는 북마크를 비워내는 것부터 시작하면 메시지를 놓치지 않을 수 있다.


이메일도 똑같다. 내일 읽을 메시지는 스누즈 기능으로 모두 미뤄버리고, 퇴근 후에 들어오는 메일은 무시하면 된다. 물론 일의 특성상 퇴근 후에 오는 메일이라도 제목 정도는 확인하는데, 'URGENT'나 '급함' 등의 머리말이 붙어있지 않은 이상 무시한다.


게임을 할 때 DLC는 거의 사지 않는 편이다. 본편의 스토리를 완료하는 것만으로도 적당한 만족감을 즐길 수 있다. 아쉽다면 트로피 100% 달성을 노려 더 알차게 즐기는 편이다. 게임을 완료했다는 느낌을 받기 위해 돈 주고 산 게임은 모두 엔딩을 본다. 완료했다는 사실이 주는 만족감은 정말 크다. 개인적으로 모바일 게임에서는 이런 만족감보다 중독성부터 느껴져 손을 거의 안 대는 편이다.


미디어 콘텐츠도 '뭐 재밌는 거 없나'라며 이리저리 탐색하기보다는, 보고 싶은 작품이 생기면 그 작품만 콕 집어서 보는 것을 선호한다. 작품을 적게 보더라도 그것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개인적으로 만족도가 더 높다. '다 봤다'라는 느낌이 좋다.


그런 의미에서 책은 정말 훌륭하다. 한 권 안에 시작과 끝이 명확한 세계가 있다. 물론 책을 읽을 때 모든 글자를 하나하나 정독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시작과 끝이 내용에만 있는 것이라 손으로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인 것 같다.


완료의 느낌을 느끼면서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성취감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다양한 생각이 떠오르는 여유가 생겨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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