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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맨오브피스 Aug 28. 2022

스마트워치 회의론

내가 스마트워치를 처음 써본 것은 아마 2016년 정도. 사용한 모델은 Fitbit Charge 2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몸을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구입했다.


처음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매일 얼마나 걸었고 칼로리를 소모했는지 그래프로 보여주니 동기부여가 팍팍됐다. 일이 많아 집에만 있었던 날에도 일부러 나가 조금이라도 걸었다. 그래프가 '0보 걸었습니다'라며 확인사살시켜주는 것이 꼴도 보기 싫었으니까. 운동한 증거를 남기는 행위는 묘한 뿌듯함을 주었다.


그러다 몇 년 후 파슬이라는 브랜드에서 나온 안드로이드 스마트워치를 선물로 받았다. 운동 트래킹뿐만 아니라 이메일이나 캘린더와도 연동이 되어 매력적인 시계였다. 클라우드 연동도 되고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다니 정말로 사용할 맛이 났다.


하지만 현재는 스마트워치를 모두 중고로 처분하고 일반 시계를 차고 있다. 일단 나는 캘린더가 빡빡하게 차 있을 정도로 바쁜 사람이 아니고, 이메일이나 메시지에 대한 답변은 휴대폰과 노트북으로도 충분하다. 굳이 손목에 까지 알림을 받을 필요가 없다.


운동 또한 굳이 트래킹 하기보다는 일상적인 습관으로 만드는 편이 건강하다고 느낀다. 어차피 기계가 트래킹 하는 것이 100% 정확하지도 않다. 괜히 손목에 비싼 기계를 차고 다닌다는 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기록을 남기고 싶다면 공책이나 엑셀표에 적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충전이 귀찮다. 어차피 나의 일상은 디지털 기기에 파묻혀있다. 거기에 굳이 새로운 기기를 더해봤자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오히려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단순하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 기기가 많으면 일단은 갖고 노는 것이 즐겁지만 되려 시간을 뺏길 수밖에 없다.


물론 내가 다른 스마트워치만 써보고 애플워치를 써보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다. '애플 기기는 그래도 뭔가 다를지도'라는 환상이 조금은 남아있긴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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