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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맨오브피스 Sep 04. 2022

약간 심심한 정도가 딱 좋다

최근 몇 달간 게임에만 몰입했다. 일을 최대한 빨리 끝낸 뒤 남은 시간의 대부분을 게임에 쏟았다. 평일에는 약 4시간, 주말에는 8~10시간 정도 게임에 매달렸다. 게임이 재밌어서 그런지 조금 피곤한 상태로도 집중해서 플레이할 수 있었다. 10~20대 때와 비교해도 나쁘지 않은 페이스로 달릴 수 있어서 괜히 기뻤다.


문제는 머리에 있었다. 일에 몰입하기 힘들어지고 독서에도 흥미가 떨어졌다. 뇌가 도파민에 푹 젖어있어서 깊게 생각하는 것이 귀찮게 느껴졌다. 어떻게 하면 게임의 승률을 높일 수 있을까만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내가 아무 생각 없이 살아도 즐거운 10~20대였다면 괜찮았을지 몰라도, 지금 나이에서 게임에 집착하는 것은 생각보다 즐겁지만은 않았다.


원래의 컨디션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일단 일주일 동안 게임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몸과 머리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지켜보기로 했다. 남은 시간에 일을 더 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고 그냥 약간 심심하게 지내봤다.


2일째까지는 상시 피곤한 상태 + 계속해서 떠오르는 게임 생각으로 조금 힘들었고, 3일째부터 변화가 느껴졌다. 머리가 가벼워졌고 글자를 읽는 것이 흥미로워졌으며 글을 쓸 때도 '쥐어짠다'는 느낌이 없어졌다. 게임할 때는 피곤해서 잤는데, 이제는 졸려서 잘 수 있었다.


재밌는 건 어제 다시 게임을 플레이했는데, 하루 종일 게임했을 때보다 실력이 향상됐다는 것이다. 게임을 많이 하면서 숙련도를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와 동시에 '얼마나 빨리 생각할 수 있는지' '얼마나 여유로운 마음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지' 등의 컨디션도 상당 부분 차지하는 듯하다.


매 순간을 즐겁고 자극적인 것들로 채우는 것보다는, 약간 심심한 정도가 딱 좋은 것 같다. 생각할 여유가 있는 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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