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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맨오브피스 Sep 25. 2022

무식한 방법이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새로운 앱이 있다. 사용법을 익힐 때 당신은 어떻게 접근하는가?

- (A) 사용법을 정리한 가이드 문서나 동영상을 찾아본다.

- (B) 일단 이것저것 다 눌러본다.


어릴 때 집에 노트북이 하나 있었다. OS는 윈도우98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버지가 회사에서 업무용으로 받은 노트북이었는데, 아버지는 컴맹이었기 때문에 노트북은 집에 두고 출근하셨다. 덕분에 그 노트북은 자연스레 나의 장난감이 되었다.


다만 어디까지나 업무용 노트북이었기 때문에, 게임 같은 건 절대 설치하지 말라는 아버지의 경고가 있었다. 나는 게임을 설치하지는 않았지만, 노트북이라는 물건 자체가 신기했기 때문에 어떻게든 가지고 놀고 싶었다. 그러다 우연히 '파워포인트97'이라는 프로그램을 실행시켰다. 아마도 '파워'라는 단어가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파워포인트가 뭘 위한 프로그램인지도 몰랐다. 그냥 빈 슬라이드가 있고 거기에 텍스트와 그림을 넣을 수 있다는 게 즐거웠다. 나중에 애니메이션과 효과음을 넣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흥분감까지 느꼈다. 글씨와 그림이 이리저리 날아다니면서 뿅뿅거리는 게 무척 신기했다.


여기서 핵심은 파워포인트의 사용법을 어린이 스스로 터득했다는 점이다. 내가 천재라서 쓱 훑어보는 것만으로 익힌 것이 아니다. '이건 뭘까? 저건 뭘까?'라며 말 그대로 모든 아이콘을 눌러댔다. 머리로 공부한 게 아니라 일일이 누르고 관찰하면서 자연스레 학습한 것이다. 나는 이 행위가 정말 중요하다고 믿는다.


지금도 새로운 것을 배울 땐 일단 다 눌러본다. 다 눌러보면서 감을 익히려고 한다. 아이들처럼 아무렇게 막 만져 본 후, 그다음에 가이드 문서와 동영상을 봐야 이해가 되는 것 같다. 처음부터 머리에 집어넣으려고 하면 개인적으로 너무나 재미가 없어 배우기 싫어진다. 그리고 몸에 익지 않았으니 금방 휘발된다. 다음에 같은 기능을 사용할 때가 와도 '어떻게 했더라?'라며 가이드를 검색하게 된다.


일단 무식하게 갖고 놀면서 느껴보는 게 사실 더 효율적이지 않나 생각한다. 학생처럼 배우지 말고, 아이처럼 배워야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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