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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맨오브피스 May 21. 2023

뇌를 썩히는 쇼츠


유튜브 쇼츠 자체가 나쁠 건 없다. 잠깐의 심심함을 메울 수 있고, 발견의 재미도 있다. 나 역시 유용한 정보 채널들을 쇼츠에서 발견하곤 한다.


하지만 관성적으로 보고 있다면 문제다. 아무 생각 없이 빨려 들어가는 것은 안 된다. 쇼츠를 매일 보고 있다면 좋지 않은 길로 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에겐 도파민 호르몬이 꼭 필요하다. 속칭 "feel-good 호르몬"이라 불리는 도파민은 우리에게 쾌감, 만족감, 성취감, 동기부여 등을 느끼게 해 준다. 좋은 녀석이다.


원래 성취감을 느끼려면 '노력'이라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약속이다. 노력은 힘들지만 결과를 이루어냈다는 사실이 뿌듯하다. 더불어 나의 삶도 발전한다. 그리고 그 만족감을 다시 한번 느끼기 위해 새로운 노력을 찾아 나선다. 도파민은 우리를 움직이게 해 준다.


쇼츠를 보는 것으로도 도파민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이 너무 쉽다는 것이 문제다. 손가락만 까딱하면 새로운 콘텐츠, 새로운 자극이 주입된다. 도파민을 거의 무한대로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쇼츠를 보는 행위에서는 노력의 과정이 생략됐기 때문에(손가락 움직이는 것도 노력이라면... 할 말은 없다), 나의 뇌도 그러한 환경에 적응해 간다. 귀찮고 힘든 일을 회피하는 뇌로 변화해 간다. 쇼츠 같이 쉬운 길이 있는데 노력이라니? 무엇하러?


내 삶을 이롭게 만드는 것들은 대부분 귀찮고 힘들다. 운동, 독서, 글쓰기, 일, 공부, 사람 만나기 등... 다들 시간과 정성을 쏟아야 의미가 생기는 것들이다. 그에 반해 쇼츠는 즐거움을 줄 뿐이다. 즐거움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하지만 쇼츠를 보는 것이 정말로 즐거운지, 더 큰 행복감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그나마 보이지 않는 안전장치들이 있었다. 밤이 되면 정규방송들이 방송을 종료했고, 집에 화면이라고 해봤자 TV 한 대가 고작이었다. 덕분에 나의 뇌건강이 강제로 지켜지는 상태가 이어지다가... 케이블 TV, PC,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서서히 오염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쇼츠가 이를 가속화했다.


나는 지금 쇼츠 지옥에서 벗어난 상태다. 넷플릭스나 유튜브도 잘 보지 않는다. '뭐 볼만한 거 없을까'라고 찾아다니는 행위는 그만뒀다. 꼭 보고 싶은 것이 눈에 띄면 그때 그것만 골라서 본다. 결과적으로 긴 글을 읽을 수 있는 집중력을 되찾았고, 업무 효율성도 크게 올라갔다. 자신감도 회복했다.


유일한 단점이라고 하면 미디어 트렌드에 둔감해졌다는 것 정도? 하지만 그건 그렇게 중요한 것 같지 않다. 대리만족하는 것도 지겹고, 중독되는 것도 지겹고, 무기력해지는 것도 지겹고, 쾌락을 찾아 검색하는 것도 지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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