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맨오브피스 May 24. 2020

화상으로 회의할 때 카메라를 켤까 말까?


원격근무를 하면서 화상회의를 할 기회가 종종 있다. 보통 여러 사람들이 모인 회의실에 메인 카메라가 있고, 나를 포함한 일부만 집이나 카페에서 회의에 접속한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로 달라졌다. 모두가 각자의 집에서 참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독일 본사 사무실에는 사람들이 조금씩 출근하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일부다. 여러 칸으로 나뉜 바둑판에 좌르르 깔린 사람들의 얼굴을 보는 게 일상이 되었다.


모든 사람들의 얼굴이 보이는 것은 아니다. 절반 정도는 카메라를 끄고 프로필 사진으로 대체한다. 어떤 이는 프로필 사진도 설정해놓지 않는다. 그저 빈 동그라미가 둥둥 떠 있다. 빈 동그라미가 말하는 것을 듣고 있으면, 전쟁터에서 중상을 입은 병사가 보낸 구조요청 메시지처럼 느껴진다. 목소리에 맞춰 음파 애니메이션이 위아래로 출렁인다. 사람이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 목소리가 '재생'되는 것만 같다. 입 모양이 보이지 않아서 그런가? 아무튼 그렇다.


물론 카메라를 켜고 끄는 것은 개인의 자유다. 나는 카메라를 웬만하면 켜는 편이고, 인터넷이 불안정한 경우가 아니라면 상대방도 켜줬으면 한다. 서로가 보여야 의사소통이 더 잘된다고 생각한다. 의사소통은 말의 내용, 말투뿐만 아니라 표정과 손짓을 통해서도 이루어진다. 말로만 "아니오"라고 하는 것과, 손사래를 치며 "아니오"라고 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또 상대방이 말할 때 끄덕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저는 당신의 말을 듣고 있어요'라는 의사가 전달된다. 웃는 모습을 보여주면 대화가 매끄러워진다. 이걸 다 말로 표현하는 것은 힘들다. 전달이 생각보다 잘 안 된다.


의사소통을 할 때 몸짓, 표정과 같은 비언어적 정보가 말의 내용, 억양 같은 언어적 정보보다 중요하다고 한다. 가장 좋은 건 직접 만나 이야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모두를 다 만나고 다니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화상통화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거기서 카메라를 꺼버리면, 정보 전달력이 뚝 떨어진다. 함께 모여있다는 긴장감도 떨어진다. 같은 팀으로서 이 느낌은 중요하다. 모두와 친구가 될 필요는 없지만, 어느 정도의 친밀감은 있어야 한다. 조별 과제하는 것처럼 기계적으로 분담해서는 팀워크가 생기지 않는다. 친밀감이 있어야 함께 일하기 수월한데, 프로필 사진만으로는 친밀감을 느끼기 힘들다. 인터넷 속도에 문제가 없다면, 카메라를 켜는 것을 적극 권장한다.

작가의 이전글 당근마켓을 써봤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