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맨오브피스 Oct 22. 2023

마라톤 칩의 작동 원리

저번 달에 생애 첫 마라톤을 뛰었다. '2023 슈퍼블루마라톤'이라는 대회였고, 나는 10KM 종목으로 뛰었다. 수백 명과 함께 땀 흘리며 뛰는 현장감이 기억에 남는다.


뛰면서 '기록 측정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 걸까'가 궁금해졌다. 각 참가자는 배에 번호표를 달고(옷핀으로 고정) 뛰며 번호표 뒤에는 작은 칩이 달려있다. 그 칩으로 측정된다는 것은 이해됐는데, 정확히 어떤 원리인지 알고 싶어 조사해 봤다.


1. 번호표 뒤에 부착된 칩은 BibTag라는 시스템으로, RFID 방식으로 통신한다. 도서관 책 대출/반납 시에 사용되는 방식과 동일하다.


2. 출발지점과 골인지점에는 BibTag 인식용 전자 매트가 깔려있다. 사람이 전자 매트 위를 지나가면 배번호표에 부착된 BibTag가 인식되고, 전자 매트와 케이블로 연결되어 있는 Smart Decoder라는 컴퓨터가 이 정보를 처리한다.


3. 출발과 골인지점뿐만 아니라 중간지점에도 전자 매트를 깔아 중간 기록을 측정한다.


4. 골인지점에는 기록과 점수를 종합해 처리하기 위한 별도의 컴퓨터가 설치되어 있다.


...


이 시스템은 다 해서 얼마일까? BibTag 칩은 개당 0.83 달러이며, 기록 측정을 위해 필요한 컴퓨터+전자 매트+케이블 세트는 8,299 달러였다. 출발지점, 골인지점, 중간지점에 각각 설치한다고 하면 다해서 약 25,000 달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물론 한 번 구입해 놓으면 계속 사용하겠지만, 절대 저렴한 장비들은 아니다. 게다가 이 장비들을 운용하는 엔지니어들의 인건비도 필요할 것이다.


'2023 슈퍼블루마라톤'의 참가비는 3만 원이었는데, 주최 측에서 돈이 필요한 이유가 생각보다 다양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물론 여러 기업들이 스폰서로 붙기에 부담은 좀 덜하겠지만.


참고로 이후에 '서울달리기 2023' 마라톤도 뛰었는데, 힐끔힐끔 살펴보니 기록 측정용 장비가 첫 마라톤 때와 똑같았다. MYLAPS라는 회사가 만든 장비로, 네덜란드에 본사를 두고 있는 각종 스포츠의 기록 측정에 필요한 여러 장비를 개발하는 회사다. 아마 이 회사의 장비가 세계 표준이 된 케이스가 아닐까 생각한다.

작가의 이전글 Toreta -일본의 식당 예약 서비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