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디지털 광고 일을 하고 있다. 일을 하며 카카오의 광고 시스템(애드핏, 비즈보드)을 만져보게 되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주먹구구식으로 돌아가는 것에 충격을 먹었다.
가장 먼저 충격받은 것은 바로 심사 방식이다. 예를 들어 자신의 사이트에 카카오 광고를 노출시키려면 카카오 광고 코드를 (테스트 페이지가 아닌) 라이브 된 사이트에 연동해놓아야 한다. 카카오에서 제공하는 테스트 광고를 계속 노출하는 와중에 카카오 담당자가 이를 확인한 후, 승인 또는 거절 판정을 내린다.
문제는 카카오 담당자 확인이 끝나기 전까지는 테스트 광고를 계속해서 라이브 사이트에 걸어놓아야 한다는 점이다. 테스트 광고이기 때문에 수익은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담당자가 발견하기 쉬워야 하니 다른 광고와 섞어놓을 수도 없다. 거절되면 또다시 며칠을 잡아먹기 때문에, 다른 광고를 중지시킨 뒤 오직 카카오의 테스트 광고만 나오게끔 해두어야 한다. 승인받으려면 (카카오 외의 광고로 발생하는) 매출을 희생해야 하는 이상한 구조다.
두 번째 문제는 모든 소통이 1:1 문의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광고를 노출할 때, 항상 찾기 쉬운 곳에만 배치되지 않는다. '사이트 방문 3일째부터 노출' 같은 조건을 설정할 때도 있다. 그러나 카카오 광고 승인을 받기 전까지는 이러한 조건을 빼놓아야 한다. 전담 담당자가 붙어서 살펴봐주는 것이 아닌, 고객센터에서 (마치 민원 다루듯이) 처리하기 때문이다. 로직을 붙이더라도 일단 알기 쉬운 형태로 승인받은 후에 진행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따라서 카카오 입장에서도 이는 정상적인 승인 프로세스라 볼 수 없다.
구글 광고처럼 카카오 광고 코드가 사이트 도메인과 콘텐츠를 탐색해 스스로 승인하는 방식은 불가능한 걸까. 카카오의 기술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데... 아마 기술력 여부보다는 '굳이 안 해도 된다'라는 인식이 자리 잡은 것이라고 추측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