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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맨오브피스 Jun 13. 2020

게임의 미래


'THE FUTURE OF GAMING'. 며칠 전 있었던 플레이스테이션5 공개 이벤트의 슬로건이다. 플레이스테이션5의 모습은 거대했다. 기존의 콘솔 게임기보다 훨씬 커 보였다. 매끄러운 곡선이 돋보였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었지만 역시 크기가 신경 쓰였다(나중에 슬림 버전이 나오길 기대한다).


게임의 미래는 무엇일까. "게임의 미래는... 이겁니다!"라며 정답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래도 예측을 해보자면, 나는 하드웨어의 장벽이 없어지는 미래를 상상한다. 1958년에 발매된 첫 비디오 게임 '퐁'이 나온지도 벌써 60년이 지났다. 130년의 역사를 가진 영화와 비교 할바는 아니지만, 사회에서 가지는 존재감은 어마어마하다. 휴대폰으로 할 수 있는 게임이 넘쳐난다. PC방을 가도 게임이 넘쳐난다. 손가락 몇 번만 까딱하면 전 세계 사람들과 동시에 게임 한판을 즐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 하드웨어의 장벽이 높다고 생각한다. 휴대폰에서 할 수 있는 게임이 따로 있고 PC에서 할 수 있는 게임이 따로 있다. 휴대폰도 안드로이드폰이냐 아이폰이냐에 따라 할 수 있는 게임이 갈린다.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을 하려면 플레이스테이션을 사야 한다. PC는 그래픽카드를 갖췄는지 따져야 한다. 이 모든 게 귀찮은 숙제다. 나는 그저 화면에 게임을 띄워놓고 즐겁게 놀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하드웨어를 공부하고 돈을 써야 한다. 하드웨어를 갖추는 행위에도 재미의 요소가 있긴 하다. 그러나 게임을 즐기기까지의 여정이 귀찮으면 귀찮을수록 진입장벽은 높게만 느껴진다.


게임에서 즉시성은 매우 중요하다. 하고자 하면 그 즉시 할 수 있어야 한다. 플레이스테이션5가 SSD의 속도를 강조하는 이유가 있다. SDD의 빠른 속도가 게임의 로딩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주고, 덕분에 게이머의 몰입이 쭉 이어진다는 이야기다. 고전게임을 최신 게임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장점은 흐름에 끊김이 없다는 것이다. 내 캐릭터가 죽어서 => 재도전을 누르면 => 그 즉시 시작된다. 최신 게임에서 내 캐릭터가 죽어서 => 재도전을 누르면 => 15초의 로딩을 기다려야 한다. 로딩하는 동안 물 마시고 화장실 가면서, 몰입감이 조금씩 사라진다.


하고자 하면 그 즉시 할 수 있는 게 중요하다. 몰입하기까지의 장벽이 없어야 한다. 휴대폰이든 TV든 모니터든, 그저 화면만 있으면 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 같은 콘솔 게임기 구입도 필요 없고, 그래픽카드 업그레이드도 필요 없는 환경. 화면을 켜고 게임을 실행만 하면 되는 환경(물론 구입은 해야 하겠지만). 게임의 재미 외에는 그 어떤 것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환경. 드라마 블랙미러에 나왔던 게임 환경 같아 차가운 느낌도 있지만, 본질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은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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