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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맨오브피스 Mar 24. 2024

대부분의 서비스는 필요 없다

자신이 본 영화나 드라마를 기록할 수 있는 앱이 있었다. 검색해서 제목을 누르면 '내가 본 영화' 리스트에 추가되고, 그렇게 나의 미디어 기록을 차곡차곡 쌓을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였다. 아쉽게도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냥 엑셀에 기록해도 되는 거 아닌가?' 물론 앱에 기록하면 배우 정보도 손쉽게 확인할 수 있고, 포스터 이미지도 자동으로 긁어오기 때문에 보는 재미가 있다. 그러나 그것이 본질은 아니다. 오히려 '기록을 예쁘게 관리하고 싶다'라는 산만함을 유발해 시간을 잡아먹기도 한다. 핵심은 어디까지나 기록이다. 엑셀이나 메모장이면 충분하다.


뽀모도로 타이머도 그렇다. 뽀모도로 타이머는 집중력을 높여야 할 때 유용하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집중력을 관리를 위한 도구를 찾기 이전에, 우리는 충분한 자고, 소화 잘 되는 음식을 먹고, 부지런히 운동하고, 카페인을 끊어야 한다. 무너진 루틴에 뽀모도로 타이머를 적용하는 것은 앞뒤가 바뀐 것이다.


메모 서비스들도 정말 많은데, 메모의 핵심은 까먹지 않고 그 내용을 실천하는 데 있다. 수많은 기능과 알록달록한 디자인이 오히려 집중력을 분산시키고 있지 않은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경우 기본 메모장으로도 충분하다. 쌓인 메모를 정리하고 관리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쏟고 있지 않은가?


그렇게 한 꺼풀씩 벗기다 보니 쓸데없는 것들이 정말 많이 쌓여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재밌고 화려한 것에는 그 나름대로의 미학이 있겠지만, 나는 번거로움과 산만함을 피하고 싶다. 나는 단순함이 멋지다고 믿으며, 그러기 위해 쓸데없는 것을 계속해서 걷어내려 한다. 과한 땜장질(Too Much Tinkering)과 산만함의 늪에 빠지지 않으려 한다. 단순함으로 확보한 시간은 본질적인 활동에 사용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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