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링크드인이나 콘텐츠 사이트에 올라오는 글 중, 썸네일을 AI로 만든 경우가 자주 보인다. 아직은 스톡 이미지나 직접 가공한 썸네일이 과반수 이상이긴 하다. 그래도 예전에 비해서는 확실히 많아진 느낌이다. AI가 만들어내는 특유의 색감, 질감, 스타일이 있다고 해야 할까. 정확히 묘사는 못하겠지만 보면 (100%는 아니더라도) 구분이 간다.
그런데 AI 썸네일은 누르기가 싫다. 중요한 건 글의 내용인 것을 알고 있음에도, 왠지 손이 안 간다. 누르기 전에 선입견이 생기곤 한다. '어차피 글 내용도 별 거 없겠지'라는 느낌이 올라온다. 왜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인지 개인적으로 내린 결론 3가지를 공유해 보겠다.
1. 성의가 없어 보인다.
2. 이미 아는 내용일 것 같다.
3. 고퀄인데 어울리지 않는다.
다들 AI 이미지는 한 번쯤 만들어봤을 것이다. 텍스트로 묘사하면 AI가 알아서 만들어주는 무척 간단한 프로세스다. 이 간단한 프로세스를 경험해 봐서 그런지, '썸네일을 간단하게 만들었으니 글도 간단하게 썼겠지'라는 선입견이 생기는 듯하다. '아예 글까지 ChatGPT로 쓴 게 아닐까?'라는 의심이 들 때도 있다.
이 선입견을 뒷받침해 주는 근거는 없다. 허나 원래 선입견이라는 것에는 별 근거가 없다. 멋대로 생기는 감정에 불과하다. 문제는 그 감정이 나도 모르게 생겨버린다는 것이다. 사람의 정성이라는 것이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전달될 수는 있다. AI 썸네일은 그 정성의 무게를 완전히 지워버린다. '내용도 AI가 쓴 것처럼 무색무취겠지'라는 느낌이 들어 좀처럼 클릭하지 않게 된다.
이건 위에서 말한 AI 특유의 색감, 질감, 스타일에 기인하는 것이다. AI가 대체로 무색무취이긴 한데, 모아놓고 보면 또 AI 스럽다는 패턴이 보인다. 어디선가 본 것 같고 비슷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예전에 읽은 글이랑 비슷한 내용인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어, 별 기대감이 생기지 않는다.
물론 아는 내용이라도 또 읽고 싶어지는 글이 있긴 하다. 그러나 그런 글은 대체로 글쓴이의 개인적 이야기나 의견이 잘 녹아들어 있다. AI 썸네일을 사용한 글도 그런 훌륭한 글일 수 있다. 그 훌륭함을 제대로 대변해주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다.
인터넷의 글은 보통 정독보다는 슥슥 읽게 된다. 그리고 한 번 읽고 휘발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내용에 알맹이가 있더라도, 출판도서만큼의 깊이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AI 썸네일은 가끔 과하게 고퀄리티일 때가 있어서, 블로그 분위기나 글의 기대무게감과 항상 어울리지는 않는다.
아직 내가 기존의 썸네일 문법에 익숙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매일같이 AI 썸네일을 보고, 뭐가 AI고 사람이 만든 건지 구분이 안 될 때가 오면 또 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글과 썸네일의 무게감 갭이 어색할 때가 많다.
언젠가는 AI가 글의 내용과 분위기를 분석해 딱 어울리는 썸네일을 만들어주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다. 아직은 아닐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