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맨오브피스 May 05. 2024

QR로 주문하는 이자카야

평일에 어느 이자카야에 다녀왔다. 테이블에는 QR 코드가 인쇄된 카드가 한 장 놓여있었는데, 음식 주문을 위한 코드였다. 스캔하면 메뉴 목록이 나오고 하나씩 골라 주문하는 방식이었다. 우리나라에서 태블릿 액정이 아닌 QR 방식은 처음 접해보았는데... 꽤 실망스러웠다.


작년 여름에 중국 상해로 출장 갔을 때였다. 식당을 가면 대부분 QR로 주문을 받았다. 테이블에 붙어있는 QR 코드를 찍어 휴대폰에서 메뉴 이름, 사진, 가격을 확인하고, 장바구니에 담아 주문하면 음식을 가져다주는 식이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주문만 QR로 하고, 결제는 다 먹고 나가면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중국은 원래 QR 대국인 것을 알고 갔으니 별로 당황하지는 않았다.


QR 주문에 있어서 우리나라와 중국의 가장 큰 차이점은 다 같이 동시에 주문할 수 있느냐다. 예를 들어 테이블에 있는 QR 코드를 친구와 나 둘 다 스캔했다고 해보자. 둘의 휴대폰에서 각각 메뉴 정보가 나올 것이다. 여기서 친구가 생맥주 한 잔을 장바구니에 넣었을 때, 이 정보가 나의 휴대폰에서 표시가 될 것인가? 평일에 다녀온 우리나라 이자카야에서는 표시되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에서 사용한 QR에서는 표시가 되었다. 각자의 휴대폰으로 메뉴를 담아도 (모두 같은 테이블이기 때문에) 장바구니 정보가 모두에게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각자 어떤 메뉴를 담았는지, 그래서 전체 주문내역이 무엇이고 총가격이 얼마인지 다 함께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여럿이 술을 먹으러 갔을 때 안주가 겹치지 않도록 주문해야 하는데, 실시간 공유가 안 되는 경우엔 결국 한 명이 대표로 주문하게 된다.


우리나라 이자카야에서 왜 굳이 QR 주문방식을 택했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비용 절감을 위해서일 것 같은데, 앞으로는 같은 테이블의 장바구니 정보가 공유되는 것까지는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작가의 이전글 키보드 4개 국어 문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