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T 앱으로 택시를 타고 나면 기사님에게 별점을 주는 화면이 나온다. 무슨 일이 있지 않은 이상 별 5개를 누르고, '편안한 운행', '친절한 기사님' 같은 키워드를 선택한 뒤 제출한다(음악을 트신 경우 '좋은 음악'을 추가할 때도 있다). 내 경우 99.99% 이렇게 제출하는 것이 습관으로 굳어졌다.
어느 날 카카오T 리뷰 관련해서 아내가 질문 하나를 던졌는데 가히 충격적이었다. 상상도 못한 질문이었다. 리뷰 제출 버튼 위에는 체크박스가 하나 있다. '이 기사님 또 만나기'라는 체크박스인데, 아내의 질문은 "이걸 체크하지 않으면 이 기사님과 더 이상 매칭되지 않는 것이냐"는 것이었다.
----------
아내의 생각
'이 기사님 또 만나기'는 기사님이 마음에 들었으면 체크하는 것이고, 체크를 하지 않았다면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뜻이므로 다음부터는 매칭되지 않음.
나의 생각
'이 기사님 또 만나기'는 '선호 기사님'으로 지정하는 개념. 특별히 마음에 들었을 때 체크하는 것이며, 다음에 택시를 불렀을 때 선호하는 기사님과 매칭될 확률이 올라가는 시스템으로 추측함. 체크하지 않았다고 해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가 아님.
----------
예전에 구글 크롬 팀의 PM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과거 크롬 브라우저에는 URL 옆에 자물쇠 아이콘이 있었다. SSL 인증서를 발급받은 사이트에 접속했을 때 '이 사이트는 안전합니다'라고 표시해주는 자물쇠였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 자물쇠를 쇼핑백이라 생각했고, "왜 쇼핑 사이트가 아닌데 쇼핑백 아이콘이 뜨냐"라는 오해가 있었다는 인터뷰였다. 현재는 자물쇠가 아닌 다른 아이콘으로 변경되었다.
나는 아내의 질문을 들었을 때 크롬의 자물쇠 이야기가 생각났다. 사람들의 관점은 정말로 다양하고, 유저의 의견을 직접 듣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작은 디테일 하나가 유저 경험을 크게 갈라놓을 수 있다는 사실을 눈 앞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 기사님 또 만나기'의 정답은 무엇이었을까?
공식 설명은 '이 기사님 또 만나기: 콜을 호출하실때 이 기사님이 주위에 있으면 우선적으로 배차를 합니다'였다. 내가 이해한 것이 맞았지만 아내와 비슷하게 받아들였을 사람들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오해가 조금이라도 더 덜어지도록 '선호 기사님으로 등록하기' 같은 텍스트로 변경하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