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은 정통함에서 온다.
Passion comes from mastery.
얼마 전 유튜브에서 건진 문장이다. 짧지만 강렬하여 발견 즉시 메모했다. 풀어쓰면 '잘하면 재밌다' 정도가 되지 않을까. 평소 마음속 깊이 믿고 있는 내용이 간략하게 언어화되어 내 앞에 나타나준 것이 정말 기뻤다.
"좋아하는 일을 하세요" 나는 이 말이 좋았으나 동시에 싫었다. 좋아한다는 것은 감정이다. 내가 통제할 수 없다. 아무리 좋아하고 싶어도 좋아해 지지 않는 것이 있다. 그리고 설령 좋아하는 것이 생긴다 한들 그것을 업으로 삼을 것인가는 별개의 문제다. 나는 게임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게임회사에 입사했었는데, 일로 하는 게임은 그렇게 재미있지 않았다. 의무적으로 플레이하는 게임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나는 어떤 일을 좋아하지?" 나는 이 고민을 거의 하지 않고 살았다. 이미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그랬다기보다는... 그냥 별생각이 없었다. 사회인이 되었으니 당연히 돈을 벌어야 한다고 믿었고, 그에 따라 내가 들어갈 수 있을만한 직장을 찾은 것뿐이다. 물론 나의 부모님 세대보다는 자아가 비대해졌기에 무조건 돈을 좇지는 않았다. 조금이라도 내 흥미(=게임)를 살릴 수 있는 곳을 찾았다. 돈에 대한 욕심은 크지 않았지만 돈을 무조건 벌어야겠다는 생각은 했다.
"일단 그냥 해" 천만 다행히 나는 미적거리지 않았다. 어찌 됐든 앞으로 계속 나아갔다. 첫 번째로 선택한 직장의 연봉이 친구들보다 현저히 낮았지만 그냥 잘 다녔다. 돈 생각 별로 안 하고 열심히 일했다. 일하다 보니 운 좋게 해외에서 일할 기회도 얻었다. 베를린 스타트업에서 5년 반 동안 일하며 경험을 쌓았다. 돌이켜보면 참 신나게 일했던 것 같다. 당연히 매 순간 모두 좋았던 것은 아지만 그 어느 때보다 몰입해서 일했다.
"잘하면 재밌다" 아마 일이 적성에 맞아서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좋아서 그랬던 것 같다. 일을 하면 성과가 생기고, 성과가 생기면 보상을 받고, 보상과 인정을 받게 되면 그 일이 좋아진다. 이 선순환 구조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과정을 거치며 알게 모르게 느꼈던 것 같다. 처음에는 보상과 인정이 나를 이끌었고 이후에는 숙련되는 과정을 즐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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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열정적으로 일하는 사람이지만 원래부터 열정적인 사람이어서 그런 건 아니다. 잘하는 일을 하다 보니 열정적으로 됐다. 사실 게임도 그렇다. 관심 없는 장르의 작품이라도 잘하게 되면 계속하게 된다. 열정은 정통함에서 온다.
좋아하는 일부터 찾는 것은 순서가 잘못되었다. 잘하는 일 또는 잘하고 싶은 일을 먼저 찾아야 한다. 반복해서 잘할 수 있다면 몰입할 수 있다. 하루하루 몰입이 이어지면 몰입의 대상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하루하루 그 몰입 덕분에 충만하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