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 모르겠다. '디지털 노마드'라는 이름이 자주 들리기 시작했다. 지금은 동서양 상관없이 꽤 정착된 단어인 듯싶다. 나는 (결과적으로) 이 단어가 없어졌으면 좋겠다.
일단 디지털 노마드가 정확히 무슨 뜻인지 검색해봤다.
- 해석하면 디지털 유목민
-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사람
- 디지털 기기로 일하는 사람
- 전 세계 여기저기 여행하며 일하는 사람
- 사무실이 따로 없고 공유 오피스, 카페, 도서관 등에서 일하는 사람
대충 느낌은 알 것 같다. 독일 본사와 원격으로 일하는 나도 따지고 보면 디지털 노마드라고 할 수 있다. 세계 여행을 하지 않고 대한민국에 있을 뿐. 낯선 곳에서 며칠은 놀고, 며칠은 일하는 여행을 떠날 수 있다. 하지만 디지털 노마드라는 이름은 굳이 거창한 칭호를 붙인 느낌이 든다. '근로자'나 '자영업자'처럼 세금이 다르게 적용되면 또 모를까. 왜 존재하는 이름인지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
요즘에 일하면서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디지털 노마드가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고 해도, 일에는 대체로 (남이 정해주든 스스로 정하든) 데드라인이 있기 마련이다. 장소도 와이파이가 터지는 곳에서 일해야 한다. 물리적 환경에 얼마나 제약을 받느냐의 차이인데, 그 차이를 굳이 구분해야 하는 걸까 의문이 든다. 최근에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원격으로 일하고 있다. 디지털 노마드처럼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일하지 않을 뿐. '나는 당신들과는 달라요'라는 뉘앙스가 좀.
흔히 묘사되는 디지털 노마드의 삶은 더 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름이 주는 느낌과는 별개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일하면 새로운 발견도 많다. 조직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좋다. 무엇보다, 자기 스스로가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자유가 좋다. 이런 모습이 일반적인 모습으로 정착되면, 디지털 노마드라는 이름도 자연스레 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