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맨오브피스 Feb 14. 2021

클럽하우스 써 본 후기


며칠 전 '클럽하우스'라는 소셜 미디어에 가입했다. 아무나 가입할 수는 없고, 이미 가입한 사람의 초대장을 받아야 하는 시스템이다. 마침 계정이 있는 아내의 친구에게 부탁해 초대를 받아 가입했다. 참고로 현재는 iOS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클럽하우스는 음성 대화로 이루어지는 소셜 미디어다. 텍스트나 이미지, 동영상은 일체 없다. 오직 다른 사람과의 대화만이 존재한다. 잡담을 해도 되고 명확한 주제를 잡아 토론을 해도 된다. 사용자는 자신이 마음에 드는 대화에 자유롭게 꼈다 빠질 수 있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처럼 늘 여러 대화방이 열려있고, 들어가면 방 안의 사람들과 떠들 수 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처럼 포스팅을 하는 게 아니라 직접 말을 해야 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나 같은 초보자는 어색함을 느끼게 마련이다. 누가 말 시키면 어쩌나, 말하고 싶은데 어느 타이밍에 말해야 하나,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그런 초보자들을 위한 연습방이 눈에 띄어 얼른 들어갔다. 신기해서 말도 해보고, 다른 사람 이야기도 들으며 시스템을 익혀갈 수 있는 고마운 방이었다. 굳이 말하기 싫다면 대화방에 들어가 조용히 듣고만 있어도 된다. 듣고만 있으면 다른 사람의 전화 통화를 엿듣고 있는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든다. 대화가 재밌는 방일수록 듣는 사람도 늘어나고 말하는 사람도 늘어난다.


클럽하우스의 가장 큰 장점은 나와 전혀 접점이 없는 사람들과 육성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뉴욕에서 일하는 한국인, 일본에서 유학 중인 몽골인, 평택 미군부대 내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사람, 코로나 시국임에도 불구하고 홍대에 술집을 오픈한 사람 등 정말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를 한다는 것은 새로움 가득한 경험이었다. 모르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대개 에너지가 소진되기 마련인데, 몸은 편한 집에 있으니 별로 소진되지 않는 모순을 느낄 수 있었다. 아늑한 환경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끝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세상이라니.


지금은 초대장이 반드시 있어야 하지만, 앞으로는 그런 제약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아직 시스템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초대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것뿐이다). 클럽하우스는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 생각한다. 사람들과 인터랙션이 있는 소셜 미디어라 그렇고, 목소리라는 매개체가 글이나 이미지보다 더 가깝게 느껴지니 그렇다. 게다가 현재는 광고도, 기업 계정도 없는 생태계니 아직까지는 말 그대로 '소셜' 플랫폼이다. 페이스북이 클럽하우스와 비슷한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는 뉴스를 봤는데, 결국 승부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즐거움'을 얼마나 만들어줄 수 있느냐가 포인트일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QR코드는 누가 만든 것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