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브리엘이 일찍 들어왔다.

이엘로 이야기 1.

by 마누아 브르통

‘누구지? 문 앞에 사람이 있다.’

계단에서 올라오는 소리가 익숙한 발걸음이다.

내 귀는 멀리 소리도 아주 잘 들린다.

‘윗집 아이들이 간식 먹으러 뛰어 오는 때인가?’

그런데 그 익숙한 발소리가 점점 더 문으로 가까이로 다가온다.

‘어? 이건 가브리엘인데.’


1. 가브리엘의 이른 귀가


내가 엄마를 잃고 아르노와 함께 있을 때 가브리엘이 나를 찾아왔다. 그리고 나를 여기로 데리고 왔다. 매일 맛있는 것도 주고 물도 주고 장난감도 주었다. 내 화장실도 청소해 준다. 깨끗한 화장실과 물이 나는 정말이지 진짜 좋다. 가브리엘만 있으면 나는 하루가 너무나 신난다.


그런데 가브리엘은 여기에 잘 없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햇살, 매일 따뜻한 해가 아파트 바닥을 쬐기도 전에 가브리엘은 집을 나간다. 그렇게 나가는 중에도 가브리엘은 나에게 깨끗한 물을 주는 것을 절대 잊지 않는다. 새 물을 주면 나는 바로 낼름 핥아 본다. 너무도 시원하고 상쾌하다. 그리고 하얀색의 길쭉한 동그라미가 주는 밥도 먹는다. 가브리엘이 나가 버리면 나는 햇빛이 비추는 길을 따라 낮잠을 실컷 잔다. 그런데 모든 것이 다 캄캄해져도 가브리엘은 안 온다.


실컷 자고 어두울 때 일어나 혼자서 동그란 공을 굴려보고 벽에 실컷 발을 차고 뛰어도 보지만 혼자서는 심심하다. 내 나무 여기저기 올라가 보지만 다시 졸리기도 하고 올라간 곳에서 잠들기도 한다. 그렇게 하얀색 길쭉한 동그라미가 주는 밥을 4번 먹고 한참 논 뒤, 내가 다시 잠들 때쯤 가브리엘이 온다.


난 아무리 졸려도 눈을 비비며 뛰어나가 반갑게 가브리엘을 맞이한다.


가브리엘은 집에 들어올 때 가지고 온 것들을 바닥에 내려놓는다. 그것들을 이리저리 살펴보면 그냥 종이뿐일 때가 많다. 가끔 먹을 것을 가지고 올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사냥한 것이 없다.

‘그래서 실망했구나. 지쳤지? 괜찮아 가브리엘, 힘을 내어봐’.

내 말을 가브리엘이 알아듣는지 몰라 꼬리를 흔들고 다리를 앞뒤로 흔들며 춤을 춘다.


오늘도 가브리엘이 올 때까지 4번 밥 먹고 자다가 놀다가 하려고 했다.

‘어 그런데 이상하다. 가브리엘이 나간 지 그리 오래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낮잠 자고 놀고 있는데 밖에서 무슨 소리가 들린다.

‘어? 아직 나 밥을 2번밖에 안 먹었는데. 이렇게 일찍 오다니. 그러면 오늘 간식도 먹을 수 있겠지?’

문이 열리자마자 꼬리를 바짝 들고 뛰어갔다.

“우우 우우앙” 가브리엘이 반가워 마구 소리를 질렀다.


가브리엘이 나를 안으며 바닥에 앉았다.

나를 보며 웃는 것 같은데 가브리엘 머리에 내 머리를 맞대니 물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응? 눈에서 물이 떨어지네. 가브리엘, 무슨 일이야?’

이런 적이 없었는데 나는 너무 슬프다. 내가 엄마랑 헤어지던 날 내 눈에서 뚝뚝 떨어지던 것과 같은 물이 가브리엘 눈에서도 떨어지고 있다.


그러고 보니 어젯밤에 평소와 다르게 가브리엘이 이자벨과 함께 돌아왔다. 왠지 모르게 가브리엘 얼굴은 새 하얗고 힘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 그 옆 앉아 계속 가브리엘 얼굴만 쳐다보다 잠들었었다.

AI가 주문대로 그려주지 않아 탄생한 그림. 특히 창문을 닫아달라고 5번 넘게 요청했는데 절대로 닫아 주지 않았다. @Gemini

“이엘로 잘 있었어? 보고 싶었어. 오늘 너무 힘이 들어서 이엘로 보려고 집에 일찍 왔어.”

“이야 이야 이야 우 옹”

‘울지 마 가브리엘도 엄마가 보고 싶었던 거야? 우리 둘이 같이 있어주기로 했잖아.’

나를 꼭 안는 손이 흔들린다.


2. 쥬스틴의 전화


"윙윙윙윙" 가브리엘의 까만 작은 네모가 소리를 낸다.

“여보세요? 응 쥬스틴. 잘 들어왔어.”

가브리엘이 까만 작은 네모를 건드리니 쥬스틴 목소리도 크게 들린다.

쥬스틴은 여기 가끔 놀러 오는데 늘 수박냄새도 나고 토마토 풀 냄새도 나는 것 같다. 수박과 토마토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인데 쥬시틴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냄새가 난다.


“왜 혼자 갔어? 내가 데려다줬을 텐데.”

“아니 뭐 큰일이라고. 일 하다 보면 다 과로하고 그런 거지.”

“얘가 정말 큰일 나려고… 너 이제 40대 후반이고 곧 50대야. 오늘 심전도 검사했다며. 피부면역은 다 무너져서 온몸에는 발진이고 귀도 아까 약 받아 갔다면서. 귀는 잘 들려? 어지러워서 걷지도 못하겠다던 애가 집에는 또 왜 그렇게 빨리 갔어. 좀 쉬지. 너 아니면 너네 회사 망하냐?”

“에이 그래도 지금 죽는 것도 아니잖아.”

가브리엘이 눈썹을 찡긋하며 나를 쳐다보고는 쓰다듬으며 쥬스틴에게 이야기한다.


“무슨 소리야. 너 지금 위험해. 어제 벌써 세 번째 쓰러진 거라며. 왜 여태껏 그냥 있었어?”

“뭐 쓰러졌다기보다는 잠시 정신을 잃는 듯하다가 다시 일어난 거지. 일반의 찾아갔었어. 괜찮다 했어.”

“언제 괜찮댔어? 심장 전문의 만나서 검사받으라고 진단 의뢰서 줬었다며. 아휴… 아까 딜란 하는 이야기 못 들었어? 오늘 검사 마저 다 하고 갔으면 좋았겠구먼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닌데 뭐가 급하다고 다시 간 거야. 그리고 결과를 봐야 알겠지만 어쩌면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고. 피부도 스테로이드를 그만큼 썼는데 가라앉지 않는 걸 보면… 아, 진작 좀 오지 혼자 미련하게 왜 그러고 있었어.”


가브리엘이 나를 쓰다듬다가 옆에 있던 물컵을 손에 들며 말한다.

“그러다가 괜찮다가 했으니까. 아 그리고 일반의는 괜찮은 거 같다고 혹시나 한번 검사해 보자 그랬었거든.” 가브리엘이 옅은 웃음을 피식하고 말하며 물을 한 모금 마신다.

“가브리엘, 일반의는 네가 처음 쓰러졌을 때 그렇게 말한 거고. 제발 좀 쉬자. 야 너 지금 상태가 심각해!”

쥬스틴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 나도 모르게 하늘 위로 높게 뛰어 버렸다.


예전에 내가 냉장고를 타고 그 위의 찬장에 올라간 적이 있다. 그러고선 내 간식 봉지를 뜯고 들어가 봉지에 내 몸이 들어가고도 남을 만큼의 간식을 먹다가 걸렸을 때. 딱 그때 가브리엘이 소리 질렀던 것만큼, 쥬스틴이 큰 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계속 말한다.

"대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쉰 적이 없다고. 너 2주 이상 쉬어 본 적 있어?"

"대학교 때는 방학 때 시간나면 그래도 잘 쉬었어. 일하면서도 휴가 2주 쓴 적 있지."

"그래 휴가를 써 놓고 출근도 하셨겠지. 휴가 가셔서 전화로도 매일 일 하시고. 너랑 같이 알프스 갔다가 내가 너 핸드폰 눈에 파묻고 싶었지. 요새 알프스에는 왜 핸드폰이 잘 터지는 거야? 여하튼 지금 1, 2년이 아니야 그렇게 산지 벌써 20년이 넘었다고."


가브리엘이 한숨 쉬며 답한다.

“휴… 글쎄. 이러기 전에 좀 정리해서 바질한테 미리미리 좀 알려줬어야 하는데… 우리 팀에 카운슬은 아직 없거든. 제일 경력 많은 게 바질인데. 팀원을 모두 관리하기에는 아직 부족할 것 같아. 이렇게 되면 아마 팀원들 모두가 힘들 것 같네.”


“지금 팀원이고 뭐고 네가 건강해야 네 팀도 있는 거야. 과로사 못 들어봤어 과로사? 몇 시에 출근해서 몇 시에 퇴근하냐? 아니 퇴근하고 집에 와서 몇 시까지 일해? “

“하… 과로는 무슨. 다 이러고 살지. 그러는 너는 오늘 병원에 몇 시에 출근했어?” 가브리엘이 말을 이으며 창문을 연다.


“여보세요, 나 말고 너 이야기부터 합시다. 영양제 맞는 것도 임시방편이야. 아까도 병원에서 영양제 맞고 좀 쉬라니까 누워서도 핸드폰 보고 일하고 있고. 너 정말 위험하다. 너 지난번에 감기 걸린 거 두 달 동안 기침했다면서? 얼마나 기침을 했는지 폐가 CT상으로는 아주 슝슝 늘어나있었다며. 생활습관 교정 없이는 낫지 않아. 일단 약부터 먹으면서 어지러움기 앉혀야 한다는 거 아까 들었지? 서류받은 것 필요한 곳에 제출하고 정밀검사하러 금요일에 다시 병원으로와. 아까 딜란이 예약 잡았다고 하던데.”

처음에 쥬스틴 목소리는 뿔이 잔뜩 났었는데 말을 하며 조금씩 풀어지는 것 같았다가 또다시 뿔이 났다. 그러고 그러기를 몇 번 반복하는 것 같았다.


가끔 내가 모래에 내 똥을 파묻고는 신이 나서 온 곳에 흩트려 놓는다. 그러면 가브리엘이 정리해 준다. 그리고 가브리엘이 안 보이면 또다시 온 곳에 흩어 놓는다. 그럴 때 가브리엘이 뿔이 났다가 내가 ‘이웅 너무 재미있어서 그랬어.’라고 “웅웅이융웅”하면 가브리엘 뿔이 없어진다. 그러다가도 또다시 모래를 몰래 다시 흩어 놓으면 가브리엘 뿔이 다시 나는데 그것과 비슷한 것 같다.


“정밀검사를 꼭 해야겠지?” 가브리엘이 쥬스틴에게 묻는다.

“얘가 얘가. 일을 당장 그만두고 쉬어도 모자랄 판에.” 쥬스틴 목소리에 다시 뿔이 났다.


‘병원은 너무 무서운 곳인데. 가브리엘이 나처럼 병원 가기 싫어하는구나. 그래서 쥬스틴이 뿔이 났었구나.’

나만 병원이 무서운 줄 알았는데 가브리엘도 그런가 보다.


3. 버티지마


“현대인 모두가 이렇게 살지 않을까? 이게 정말 그만두어야 될 정도야?” 가브리엘이 쥬스틴에게 묻는다.

“가브리엘, 네 상태가 안 좋다는 것은 네가 누구보다 잘 알 텐데. 그걸 왜 자꾸 버티는 거야? 몸이 버틴다고 나아지지 않아. 더 안 좋아질 뿐이야. 너의 생명과 몸은 단 하나뿐이라고. 그리고 그만둬야 하면 그만두어야지. 건강해지고 다시 하면 되잖아.”

“그게 너 말처럼 쉽냐.” 말을 하고는 가브리엘이 다시 한숨을 쉬며 창밖을 바라본다.


“병원에 오는 많은 사람들이 그래. 그러다가 결국 건강을 완전히 잃고 일도 삶도 영원히 잃어. 지금 어떤지 검사 받고. 지금 안된다 하면 그냥 잠시 일을 멈추고 건강 되찾고 일하면 되잖아. 그런데 안타깝게도 건강을 완전히 잃을 때까지 끝까지 가는 사람이 많더라고. 주니어 때도 아니고 누가 얼마나 일하라고 들볶는 사람도 없는데 너 왜 이렇게 까지 해? 안 되겠다. 너 상담이라도 좀 받아봐.” 쥬스틴이 목소리는 엄청 크다.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을 때가 더 할 일이 많은 것 너도 잘 알잖아. 상담은 이미 받고 있네요. 올해 협회에서 의무적으로 상담이나 코칭받으라 해서 오늘도 잡혀있어.” 라고 말하며 가브리엘이 창 밖을 본다.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는데 왜 더 힘들어? 난 잘 모르겠는데?”

“성과를 내야지. 운영해야 하는 팀이 있고 내가 필요한 팀원들이 있잖아. 돌아가게 만들어야지”

“지금 그 성과가 네 건강이나 목숨보다 우선이라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니지?”

“그런 건 아닌데…” 가브리엘이 말을 하다가 멈춘다.


“그래 너희가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지. 노동자 보호법이 이렇게 잘 되어있는 이 나라에서 그 법의 적용도 못 받는다니. 불법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노동법을 가지고 열심히 일 하는 너희가 오히려 그 법의 보호를 더 잘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 이거 완전 모순이잖아. 도대체 몇 시간 일하는 거야 일주일에.”

“오 들은 건 많아 쥬스틴.”

“아유 진짜 너는 딱 그냥 쉬어. 근데 오늘 상담이야? 오늘은 좀 쉬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난 상담은 아니고 코칭이데. 뭐 여하튼 말하고 생각하고 하는 것이 쉬는 거야.”

“그래 그럼 일단 원하는 대로 하고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

"고마워 쥬스틴." 가브리엘 입가에 미소가 살짝 맺힌다.


쥬스틴은 나와 같은 마음을 느끼는 것 같다. 가브리엘은 항상 원하는 대로 하고야 만다. 내가 아무리 간식을 달라고 해도 밥을 다 먹지 않으면 간식은 절대 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밥을 다 먹으면 주느냐 그것도 아니다. 언제 간식을 먹을 수 있는 것인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어쨌든 난 밥을 다 먹고 나면 가브리엘 주위를 맴돌며 눈을 마주치려고 최대한 노력한다. 간식을 먹고 싶으니까.


**이 작품에서 등장한 모든 인물과 사건들은 허구입니다. 실존하는 인물, 장소, 건물, 제품과는 일절 관련이 없습니다.** 소설. 이제 꺼져 몰리토, 자책과 두려움


[글쓴이의 말: 원래 화요연재에서 목요일로 변경합니다. 오늘 화요일, 실컷 편집했습니다. 그런데 편집을 완료하고 나서야 다른 소설의 다음화 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런 정신없는 하루라니. 목요일에 몰리토로 돌아오겠습니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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