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질 이야기 2. 매니징 파트너 브리스의 간접 공격
“똑똑”
창문 밖을 바라보고 있는데 노크소리가 들린다.
“바질, 안녕하세요, 좀 쉬는 중인가요?”
“아, 브리스 안녕하세요. 쉰다기보다는 바람 좀 쐬고 싶어서요.”
‘브리스다.’
맞다. 우리 회사의 모든 문화와 관례 그리고 규칙에서 항상 예외의 인물이다.
파트너와 어쏘(associate, 쥬니어와 시니어를 포함) 직급에 상관없이 서로 존대어를 쓰지 않는 우리 회사에서, 유일하게 내가 존대를 해야 하는 매니징 파트너이기도 하다. 그렇다. 사실 나뿐만 아니라, 파트너 직급을 제외한 모든 어쏘는 브리스와 대화할 때 모두 존대어를 쓰고 있다.
“바질이 잘하고 있네요. 바람도 좀 쐬면서 일해야죠. 가브리엘이 없어서 일하기 힘든 점은 없나요?”
‘응? 가브리엘이 없다니?’
가브리엘이 회사에 못 나온 지 2-3일 밖에 되지 않았는데 왜 굳이 ‘없어서’라고 말하는지 궁금해졌다. 재택근무를 선호하는 파트너 들은 외근에 출장까지 하면 일주일에 회사에 한두 번도 나오지 않는데 이렇게 말하는 브리스의 의도를 알고 싶어졌다.
나도 모르는 일이 있는 것인지 덜컥 의문이 들어, 눈을 크게 뜨고는 브리스에게 답하며 슬쩍 되물었다.
“네? 아뇨 특별히는 없습니다. 가브리엘이 곧 다시 돌아오는 것 아닌가요?”
“그건 내가 알고 있는 사항은 아니에요. 뭐 지금 이런 상황은 일시적인 것이지 아닐까 싶어요. 하지만 자세한 상황은 가브리엘을 좀 기다려봐야 알게 되겠죠.”
‘가브리엘은 분명 아까 이따 연락하자고 했는데? 일주일도 아니고 2-3일 없었던 것을 이렇게 말한다고?’
안 그래도 복잡한 머리가 더 복잡해지는 듯했다. 그 여파로 고개를 옆으로 살짝 기울이는데 브리스가 다시 말한다.
“바질, 어려운 일 있으면 나한테 꼭 말해요. 문은 안 닫고 열어 놓고 가요.”
“아 네.”
그리고 내 대답을 듣기도 전에 브리스는 황급히 가버렸다. 그의 악명은 익히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파트너 관리를 이런 식으로 하는 줄은 몰랐다. 이상하게 끝난 대화이기도 하고 뭔가 찜찜하다. 알 수 없는 암호를 슬쩍 보여줬다 뺏은 느낌이다.
책상에 앉아 나도 모르게 애꿎은 마우스만 계속 딸깍 거렸다. 20분째 화면 속 페이지는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결국 딸깍이던 마우스도 멈추고, 페이지를 한 장도 넘기지 않고 그대로 두었더니 화면 자동 잠금이 걸렸다.
‘가브리엘에게 말해야 할까?’
화면 잠금을 풀고 아까 가브리엘에게 보내겠다고 한 이메일부터 일단 전송을 눌러 놓았다. 그리고 옆방 얀의 방문을 노크했다.
“똑똑”
“바질, 왜? 브리스가 뭐라고 했어?”
“아 뭐 꼭 그렇다기보다는…”
“왜 뭐라고 했는데?”
얀의 방문을 두드리고 들어갔지만 정작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가브리엘 다시 오겠지?”
“왜? 뭔 소리야 브리스가 뭐라고 했길래 이런 질문을 해?”
“나 머리가 복잡해.”
“복잡할 거 하나도 없어. 천천히 이야기해 봐.”
'브리스가 한 말을 들은 대로 그대로 말해도 되는 것일까?' 얀을 찾아가 정작 얼굴을 보니, 얀과 상의해도 될 만한 내용인지 판단이 잘 서지 않았다.
'괜히 이야기했다가 나만 예민하게 보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까지 들어 말을 꺼내 놓기가 더 어려워졌다.
“아냐, 괜찮을 것 같아. 이야기 들어주려고 해서 고마워. 나 그냥 내방으로 돌아가야겠어”
비스듬히 서서 문틀을 잡고는 괜히 구두 끝으로 바닥을 콕콕 찍으며 말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여러 생각에 오묘한 표정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 얀이 말했다.
“괜찮은 거 확실해? 네가 원하는 대로 하는 거지만 말이야. 그럼 그러지 말고 커피나 한잔할까?”
“커피? 그래, 좋은 생각이다.”
각자의 찻잔을 방에서 찾아들고 탕비실로 향했다.
커피 기계에 잔을 올리고 버튼을 누르니 커피 가는 소리가 요란하다.
“윙윙”
그 소리를 뚫고 얀이 말하며 싱긋 웃는다.
"바질, 여긴 엿들을 사람도 없어."
"그렇네."
얀의 뜬금없는 말에 나도 모르게 긴장이 풀려 웃음이 났다.
“바질, 이제 말해봐. 커피도 손에 들었고."
커피를 한 모금하고 탕비실 아일랜드 조리대에 잔을 내려놓으며 얀이 말한다.
그런 얀을 한번 바라보고 창 밖도 한번 바라보았다.
"쓰읍. 얀 네 말이 맞네. 커피 한 모금만 마시구."
뜨거운 커피를 호호 불며 마시던 나를 보고는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겠는지 얀이 다시 말한다.
"브리스가 가브리엘 대신에 새로운 파트너 찾을 거래? 가브리엘 자리에?”
“흡."
커피를 하마터면 쏟을 뻔했다.
"앗 뜨거워.”
"뜨거워? 커피에 데었어?"
입술에 갑자기 닿은 커피의 뜨거움을 참으며 옷에 묻은 곳이 없는지 살폈다. 다행히 묻은 곳은 없었다.
"아냐 아냐. 입술만 살짝 데었어."
옷은 확인은 했으니 얀의 질문에 대답을 해야 하는데 무엇을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아... 그게."
“맞구나?”
“아 그렇게 말한 건 아닌데, 묻는 낌새가 너무 이상해.”
“브리스 걔는 꼭 그러더라. 신경 안 써도 돼. 그런 생각이 만약 있다고 해도 지금 당장 절대 못 찾아. 조건 맞는 사람 찾기도 어렵고 찾아도 서로 네고하는데만 해도 몇 개월은 족히 걸려. 웬만하면 1년도 넘게 걸리는 일인데 그렇게 하겠다고? 요 며칠 사이야? 절대 아니야.”
“그러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지?”
“정확히 뭐라고 했는데?”
“그러니까 말이야. 브리스가 가브리엘이 없는데 특별히 어려움이 없냐고 하더라고. 그래서 사람이 있는데 왜 ‘없는데’라는 말을 쓸까 싶어서. 내가 예민한 거야? “
“아, 아니. 네가 느낀 게 맞을 거야. 브리스의 유명한 간접화법 시작했나 보네.”
“간. 접. 화. 법. 이라니?”
**이 작품에서 등장한 모든 인물과 사건들은 허구입니다. 실존하는 인물, 장소, 건물, 제품과는 일절 관련이 없습니다.** 소설. 이제 꺼져 몰리토, 자책과 두려움
[글쓴이의 말: 브리스의 등장으로 바질에게는 앞으로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