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함 아래 가라앉은 것들
잔잔한 마음이 쓸데없이 산송장 같이 느껴져 감정을 파헤쳐보며 돌을 던져 잔요동이라도 만들어 본다.
요즘의 내가 지금 어떤 감정인지 잘 모르고 있는 듯하다.
이런 마음이 지속되면
정신의 어딘가 고장이 난다는 걸 경험으로 안다.
그래서 자꾸 모호한 감정 상태가 지속될 때면,
마음의 경계를 설정하려는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
경계가 불분명하기에 모호한 것인데,
거기에 경계를 설정하려는 나는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인가 싶다.
하지만 이런 시도와 시간이 없다면 잔잔해 보이는 마음 아래 가라앉은,
보이지 않지만 숱한 어지러움들이
언젠간 삶의 영역으로 뛰쳐나와 삶을 망치려 들 것이다.
내가 느끼지 못한다 하여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닌 그것들의 반란에
내 삶이 언저리로 밀러 난 적이 얼마나 많던가.
그것들의 품사는 명사다.
하지만 주어는 늘 불분명하다.
'그것'인지 '그것들'인지,
어디로부터 내 안에 들어온 것인지도 모른 채
단순히 이겨내려 했기 때문이다.
이겨냈기에 끝났다고 착각했을 뿐 여전히 나를 옭아매고 있음을 시간이 지나고서야 알았다.
그제야 그것들의 하나에, 둘에 경계를 설정하고
이름을 붙여주었다.
점점 치유가 되는 듯했다. 하지만 그런 경계 설정이 점점 나의 인간관계를 좀먹어 갔다.
단순히 내게 보이는 모습으로 사람들을 판단해 버리고, 편견을, 오해를, 적당한 거리 유지를 하게 만들었다.
아픔으로 분류할 수 있는 것들의
감정에서는 벗어났지만,
외로움이란 감정이 점점 커져만 갔다.
그것의 부피는 다른 모든 아픔들보다
월등히 부풀어 갔다.
외롭긴 싫지만 관계는 불편했고,
관계는 불편했지만 외롭긴 싫었다.
정말 이랬다.
갈등 그 한복판에 서있는 기분은 이
세상에 나 혼자 거할 곳 없는 이방인의 신분으로
스스로를 자각하게 했다.
오늘 밤도 그러하다.
내가 아닌 것들을 위해 충실했던 나에게
스스로가 잠시 멈춤을 요구하는 순간이다.
그냥 머물다가는 어느 밤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