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5년 미국의 심리학자 조셉 러프트(Joseph Luft)와 하리 잉햄(Harry Ingham)이 발표한 ‘조하리의 창’이란 연구 모델이 있다. 이 모델은 연구자의 이름을 따서 정립한 이론이다. 여기에서 제시한 ‘자아의 4가지 창’이 있다. 풀어서 설명하면 창을 4개 영역으로 마치 밭전(田)자처럼 구분했다. 밭전(田)자를 그렸을 때 위 부분 중 왼쪽 영역은 상대방도 알고 나도 아는 ‘개방의 창’이다. 오른 쪽 영역은 상대방은 아는데 나는 모르는 ‘장님의 창’이다. 이제는 아래 부분을 살펴보자. 왼쪽 영역은 나는 아는데 상대방은 모르는 ‘숨겨진 창’이다. 오른 쪽 영역은 나도 모르고 상대방도 모르는 ‘미지의 창’이다.
창업가가 주목해야 할 창은 상대방은 아는데 나만 모르는 영역 즉 ‘장님의 창’이다. ‘맹인의 창’이 커질수록 창업가의 독선과 독단은 심해진다. 조직원들과 갈등이 깊어진다. 팀원들은 창업가의 단점과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다. 창업가 자신만 모른다. 단점을 보완하고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상대방의 피드백을 수용하거나 수긍하지 않는다. 결국 팀원들은 떠난다. 스타트업 기업을 멘토링 하다보면 간혹 경험한다. 창업가는 이런 결과를 납득하지 못한다.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기보다는 상대방을 탓한다.
며칠 전 스타트업 대표자 두 분을 만났다. 첫 번째로 만난 대표는 전형적인 ‘장님의 창’을 가진 창업가였다. 인터뷰하는 내내 그 창을 보았다. 상대방의 제안과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집과 아집의 태도로 일관했다. 안타까웠다. 팀원들의 표정에서 짐작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이 낯설지 않은 눈치였다. 두 번째로 인터뷰한 대표는 두 번의 창업을 했다. 이번이 세 번째 도전이다. 첫 번째 창업은 실패했고 두 번째 창업은 기업공개(IPO)까지 이끌었다. 대표로써 책임을 다했다. 그 후 지분을 정리하고 대표직을 내려놓았다. 이런 경험 때문인지 여유가 있었다. 대화 중에 묻어나오는 ‘열린 마음’, ‘열린 창’으로 대표자의 궤적을 가늠할 수 있었다.
《무엇이 창업가를 만드는가?》 저자 마크 수스터는 “창업가는 신속하게 결정하고 행동해야 한다. 기껏해야 당신이 내리는 결정 중 80%가 올바를 것이다. 현명한 리더만 자기가 잘못하는 30%를 인지할 수 있다. 리더는 자신이 틀렸음을 인정하고 사람들을 새로운 방향으로 다시 인도하고, 진정한 리더는 방향을 전환할 때 모두와 함께 간다”라고 제시한다. ‘장님의 창’에 갇힌 창업가는 먼저 자신이 틀렸음을 인정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어야 한다.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성공한 창업가에게 발견한 피벗(방향전환)능력이다. 당신은 어떤 창을 가지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