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머(Drummer), 드리머(Dreamer)
드디어 첫 드럼 수업이 있는 토요일이 되었다. 평일의 피로가 다 풀리지 않았을 법도 했지만, 그 어느때보다 개운하게 일어났다. 집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마음 탓일 것이다. 수업이 11시에 시작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한 시간 일찍 집에서 나왔다. 날씨가 좋아 센터 바로 뒤에 있는 산을 산책하기로 했다.
산책길은 정돈이 잘 되어있고 완만해서 주말 아침에 걷기 완벽했다. 정처없이 걸으며 많은 생각을 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나를 괴롭히는 문제. 언제까지 이렇게 버티며 살아야 할까. 끊임없는 의문에 우울해질라 치면 고개를 들어 괜히 푸른 하늘을 째려봤다. 그러다 보니 금세 한 시간이 흘렀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스포츠센터로 돌아갔다.
문 앞에서 기다리다가 정각에 맞춰 연습실로 들어갔다. 선생님은 꽤 젊은 분이셨다. 문제는 선생님만 젊은 게 아니었다. 나와 같이 들어가는 학생들은 그보다 훨씬 젊었던 것이다. 대부분 중학생처럼 보였고, 심지어 한두 명은 초등학생인 것 같았다. 설마 나만 성인인가? 싶어 조금 당황했다. 하지만 아무도 나에게 관심따위 주지 않았고 다들 익숙하게 자리를 찾아 앉았다.
나 역시 눈치를 보다 자리에 앉았다. 자리라고 해 봤자 연습실 가운데에 놓인 의자 몇 개가 전부였다. 연습실은 별로 크지 않았는데, 그마저도 드럼 세 세트가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우리가 앉은 의자 앞에는 드럼셋 대신 연습용 패드가 있었다.
선생님은 출석을 부르고 나서 모두에게 드럼스틱이 있는지 확인하셨다. 처음 온 사람은 나밖에 없었는지, 모두들 스틱을 가방에서 꺼냈다. 나만 드럼스틱이 없었다. 선생님은 드럼 스틱을 빌려주시며 다음 주에는 사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알겠다고 대답하며 드럼스틱을 처음으로 잡아 보았다. 별 볼 일 없는 막대기 같으면서도 왠지 단단함이 느껴졌다. 드럼을 배우러 왔다는 사실이 실감이 났다.
아직 두려움은 두려움대로 남아 있지만, 다시 집에 돌아가면 똑같은 무력감에 휩싸일 테지만, 나는 작은 용기를 냈구나. 내 삶의 변화를 위해 이 곳에 왔구나. 드럼 스틱을 꽉 쥐었다.
드럼의 구조와 명칭
베이스 드럼 : 발로 페달을 밟아 소리를 낸다(킥이라고도 부른다).
스네어 : 가장 기본으로 사용하는 탐.
탐원 : 스몰탐/퍼스트탐이라고도 부른다.
탐투 : 미들탐/세컨탐이라고도 부른다.
플로어탐 : 스네어 오른쪽에 있는 탐.
하이햇 : 왼쪽에 있고, 심벌 두 개가 겹쳐 있다. 기본은 페달을 밟고 있는 closed 상태이다.
크래쉬 : 왼쪽에 있는 심벌.
라이드 : 오른쪽에 있는 심벌.
스틱 잡는 법
엄지와 검지로는 스틱을 꽉 쥐고, 나머지 손가락은 가볍게 감싸쥐는 정도로 잡는다. 그래야 손의 힘이 아닌 스냅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빠르거나 변형된 박자도 칠 수 있다.
또 중요한 것은 손등이 항상 천장을 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식하지 않으면 자꾸 안쪽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꽤나 신경쓰고 있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습관이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