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머(Drummer), 드리머(Dreamer)
나는 공부를 적어도 1n년간 해온 사람이고, 공부 천재는 절대 아니었지만 적어도 배운 것들 중에는 공부를 제일 잘해서 공부로 대학도 가고 취직도 했다. 그 과정에서 아르바이트 등을 하면서 학생을 맡아 가르쳐 본 경험도 꽤 다양한데, 어딜 가나 학생들에게 이 질문을 많이 받았다.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할 수 있어요?
그리고 그때마다 내 대답은 같았다. "즐기고, 몰입하려고 노력해라."
(정확한 문장은 "집중을 해. 재밌다고 생각하면 재밌다니까?"이다.)
다소 맥 빠지는 대답인 건 알지만 책임감 없이 던진 말은 아니었다. 애플의 교육 담당 부사장이었던 존 카우치 역시 저서 '교실이 없는 시대가 온다'에서 이런 지적을 한다.
아이가 무언가를 배우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면, 대개 학습 능력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그것이 배울 만한 가치가 있는지 스스로 납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말은 우리의 학습에 대한 관점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증거가 된다. 만약 시험을 보거나 문제집을 풀고 나서 채점을 했을 때 틀리는 개수가 많으면, 우리는 대부분 '내가 공부를 못 해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우리는 ‘수학을 왜 배워야 하는지 몰라서’ 수학 시간만 되면 하품을 하고 딴생각을 하는 것이다. 당연히 성적이 좋을 수 없다. 존 카우치의 관점에서 수포자, 영포자는 열심히 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머리가 따라주지 않은 사람들이 아니다. 수학이나 영어에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애초에 포기하고 싶었던 사람들이다.
이처럼 존 카우치는 학습에서의 '동기부여'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학습에 동기를 부여하는 순간들은 그렇게 거창하지 않다. 먼저 ‘재미를 느끼는 것’이다. 언제든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체육 시간인데, 그 이유를 물으면 정말 단순하게 대답한다. “재밌잖아요!” 그렇다면 체육 외에 다른 과목들은 가망이 없는 걸까?
그렇지 않다. 수학 시간도 충분히 재미있게 만들 수 있다. 같은 수학 문제라도 스토리를 추가하면 학생들은 금방 관심을 보이고, 친구들과 함께 문제를 푸는 과정을 게임을 하는 것처럼 느끼기도 한다. 실제로 학생들에게 수학 시간에 ‘방탈출’을 하는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하기만 했는데도 신나게 참여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학습 과정에 스토리를 추가하는 것은 학생이 ’배운 지식을 활용하는 것‘에도 도움이 된다. 방탈출과 같은 특별한 맥락일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실생활과 연관된 상황을 제시한다. 이전에는 단순히 ‘2+2’를 ‘철수와 영희가 가진 사과를 합치면 몇 개가 될까?’와 같은 서술적 문제로 풀어내기만 했다. 이 역시 도움이 되지만, 식을 세워 문제를 푸는 것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도 스토리를 추가하게 되면서, 학생들은 더 이상 ’수학 왜 배워요?‘같은 질문을 하지 않게 되었다.
단순한 예로 이를 확인해 보자. 철수와 영희(여전한 옛날 사람..)는 경우의 수를 배우고 있다. 두 모범 학생은 주사위 두 개를 던졌을 때 두 수의 합이 10이 되는 경우의 수가 궁금하다. 이제부터 우리는 철수와 영희의 고민을 대신 풀어 줘야 한다. 그런데 세상에, 우리에게 주사위가 없다. (여기에서 ‘그럼 해결 못해주겠네요’라는 학생들이 간혹 있지만 잘 구슬린다.) 대신 우리에게 있는 것은 정육면체의 전개도이다. 어떡하지?
어렵지 않은 장애물이기에 학생들은 금방 해결한다. ‘주사위를 만들면 되겠네요!’ 이때 선생님의 반응이 중요하다. “세상에, 마주 보는 눈의 수의 합이 7이 되도록 전개도에 그릴 수 있다니! 너희 입체도형 다 배웠다. 최고다!” 그때부터 학생들은 신나게 주사위를 만든다. 이제 철수와 영희가 왜 그런 쓸데없는 궁금증을 갖는지 불평하지 않는다. 어느새 전체 상황에 ‘몰입’하게 되는 것이다.
위의 예시에서 학생들이 배운 것은 무엇일까. 주사위 만드는 법? 경우의 수 찾는 법? 모두 틀린 말은 아니지만 핵심은 이것이다. ‘내가 배운 입체도형의 전개도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재미를 느끼고 지식의 활용 방법을 깨닫는 것은 해당 과목을 ‘왜 배워야 하는지’ 일깨운다. 다시 말해, 동기부여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동기부여가 좋은 결과가 되기까지는 아직 중요한 관문이 남았다. 바로 ‘집중’이다.
아무리 동기부여가 잘 되었다 해도 집중을 유지하기란 어렵다. 언제나 재미있는 것 위에 더 재미있는 것은 많고, 자꾸만 복잡해지는 계산식을 보면서 의지력이 약해진다. 더군다나 성적도 그렇게 드라마틱하게 오르지 않으니, 기껏 잡아 놓은 동기부여마저 어느 순간 힘을 잃는다.
집중에 대해서는 나도 할 말이 없다. 철저히 본인이 통제해야 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교사가 앞에서 칠판을 탁탁 치고, 스트레칭을 시켜 주고, 어르고 달래 봐도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결국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재미’와 ‘몰입’, 두 가지만 있으면 학습 능력은 얼마든지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분명한 가치관을 갖고 학생들을 가르쳐 오는 동안, 나는 언제나 내가 옳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드럼을 배우러 간 지 겨우 두 번째 되는 시간부터 뼈저리게 반성했다. 그간 내가 가르치는 입장에서 매우 쉽게 말해왔다는 것을.
즐기고 싶지 않고 몰입하고 싶지 않은 게 아니다. 재미있다. 재미는 있는데, 그걸로 끝이지 미친 듯이 몰입하는 상태는 인지의 영역으로 되는 게 아니랄까. 물론 집중력이 노력으로 향상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알고 있지만... 나는 말과 행동도 다르고 머리와 행동도 다르다...
취미로 배우는 것이고 잘해야 한다는 압박을 가질 필요가 없음에도 계속 틀리니 집중력이 흐트러진다. 자꾸 시간을 때우려고 선생님께 스몰토크를 시도한다(물론 선생님은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아무래도 더욱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