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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만소 Oct 22. 2022

[4] 바다

거칠게 반복되는 무의미한 것

  일본은 섬입니다. 많은 섬들이 모여 만들어진 나라인데, 그 중 크게 4가지 섬(홋카이도, 혼슈, 큐슈, 시고쿠)이 모여서 일본이 되지요. 제가 사는 동네는 혼슈의 서북쪽 어느 바닷마을입니다. '도야마 현' 이라고 불리는 왼쪽으로는 바다가 있고 오른쪽으로는 3000미터가 넘는 산이 있어, 생선이 아주 맛있는 동네로 유명해요. 좀처럼 한국인이 없어서 회사 동기를 제외하며는 여기 사는동안 한국인 딱 한번 봤어요.


 저희 집은, 해수욕장으로부터 차로 약 10분 정도 떨어진 곳입니다. 걸어갈 수 있는 거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못 걸어갈 만한 거리는 아니지요. 그렇지만 도야마 앞바다는 '만'이라서 양쪽으로 나메리카와와 이시카와가 둘러싸고 있는 그런 형태의 바다입니다.  탁 트이고 끝이 없는 바다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그냥 그저 그런 바다죠. 그렇지만, 계속 바다를 보고 있으면 언제나 행복해지므로 바다는 자주 찾곤 해요.



해수욕장에서 이렇게 앉아서 사람구경도 하고, 산도 보고 바다도 보고 있으면 사실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정말 신기하게 알 수 없는 생각의 조각들이 파도에 잘게 부숴지는 것 같아요. 생각해야만 하는 것은 잔뜩 있지만, 파도의 소리에 어느새 뒤로 아주 뒤로 밀려가더라고요. 


그렇게 바다에 가서 아무 생각없이 앉아있다 보면, 심심하기도 하고 외롭기도 하더라고요. 주변을 보면 저처럼 혼자 바다에 오는 사람도 별로 없고요. 그렇게 돌아가야지, 돌아가야지하다가 결국 노을을 보고 오곤 해요.



아무래도 일본의 서쪽바다이니 노을이 이렇게 보여요. 바다를 마주보는 제 시선은 러시아 쪽이지만요. 바다는 차고, 무섭고, 깊은 자연이라 멀찍이서 보는 것만 좋아해요. 제가 밟고 있는 이 땅보다 몇 배는 큰 어항이라니 제가 들어가면 물고기 밥이 될 것 같잖아요. 그렇게 바닷가를 한참을 걷다가 가끔은 탁 트인 바다가 보고 싶어지면 이시카와라는 동네에 가요. 치리하마 드라이브 웨이라는 곳이 있는데 일본에서도 유일하게 모래 사장 위를 차로 달릴 수 있는 곳이라고 하더라고요.



차로 함참 달리다가 내려서 갈매기 구경도 하고, 탁 트인 바다도 보고 너무 좋은 곳이에요.



저 멀리 한국이 보일 것만 같아요. 저는 외국에서 오래 살았고, 이제는 어디를 가더라도 두리번 거리면서 신기해 하지 않게 되었어요. 예쁜 길도 늘 걸으면 핸드폰만 보며 걷는 것도 그렇고 이제 웬만한 곳은 네비게이션 없이도 잘 다니는 것도 그렇고요. 


도시에서 살았을 때는 바다가 멀기도 하고 그래서 자주 보지 않았어요. 2년에 한번 본 적도 있어요. 그리고 바닷가에 사는 지금, 마음만 먹으면 동네 마트 들르듯 바다를 갈 수가 있게 되었어요. 그렇지만 너무 자주는 바다에 가지 않기로 했어요. 참았다가 한번, 힘들 때 한번, 이렇게 가기로 했어요. 두리번 거리면 금방 보이는 바다이지만 너무 자주보면 그 마음도 같이 파도에 쓸려갈까봐요.


제 컴포트존에서 멀리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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