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신혼여행에서 다들 한 번씩 다투잖아요. 그쵸?

by 보통의 김만수

정신없던 결혼식이 끝난 뒤 신혼여행을 떠났을 때였다. 싱가포르를 경유하여 태국으로 갔었는데, 공교롭게도 우리와 같은 루트로 가는 한 신혼부부를 보았다.


난생처음 해외여행이었던 우리는 태국으로 경유하러 가는 트램이 있는지도 모르고 헤매고 있었는데, 그 부부도 우리와 같은 상황이었다. 그렇게 그녀도 나도 하루종일 웨딩 헤어와 메이크업을 한 상태로 헤매는 시간이 길어지던 차,


“어우씨! 야!! 거기가 아니잖아!”


창밖의 짙은 어둠을 배경 삼아 드문드문 켜져 있는 내부 조명들 사이로 그릇과 거칠게 마찰을 빚은 칼날 같은 그녀의 음성이 울려 퍼졌고, 나를 비롯한 같이 헤매던 한국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녀는 성난 걸음으로 다른 방향을 향해 빠르게 걸었고, 그녀의 걸음걸이에 어쩔 줄 몰라하던 그는 허둥지둥 대며 그녀의 뒤를 쫓았다. 그렇게 우리도 얼마 지나지 않아 트램을 찾았고, 그곳에서 마주한 그 신혼부부를 힐끗 보며 이렇게 생각했다.


‘딱 봐도 우리랑 같은 신혼여행 같은데, 시작부터 너무 성질을 내는 거 아닌가? 너무하네’


하지만 이런 남 생각은 정말 쓸데없는 감정의 사치였음을 정확히 사흘 후에 뼈저리게 느꼈다.


신혼여행에서의 부부 싸움이 평소보다 날카로운 이유는 그만큼 서로가 기대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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