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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온 Nov 16. 2022

일곱 살 인생, 너의 첫 이별

아프고 나서 깨달은 것들

스물한 살에 처음 만났던 남자 친구와 이별하고 4시간을 쉬지 않고 운 적이 있다.

그때 그렇게 눈물을 쏟아내어서 인지, 그 이후의 이별에는 담담했다.

어딘가에 살아있어도, 각자의 삶을 살아내고 있더라도, 생에서 다시는 만날 수 없다면 내겐 죽은 사람이나 다름없지. 라는 생각에.


스물의 나는 누군가를 알아가고 그 관계들이 펼쳐져 더 많은 세상을 보게 되었을 때 행복했다.

서른의 나는 누군가를 알아가고 그 관계들이 깊어지는 것이 두렵다. 때론 피곤하고 지친다.


기브 앤 테이크.

세상에 공짜는 없기에. 받는 것이 있으면 줘야 하고,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노력해야 한다.

그냥 마음이 가는 데로 하면 되는데 그게 참 어렵다. 아이들은 어쩌면 어른보다 더 어른스럽다. 재고 따지는 것이 진정 어른스러운 것이라면, 스무 살이 되고 싶다고 설레 했던 열아홉 나의 기도를 되돌리고 싶다.



지난주, 윤하가 아파서 입원하게 되었다.

보호자 2인만이 함께 지낼 수 있어 막둥이를 데리고 들어갔다.

우리가 배정받은 402호에는 9개월 아가가 먼저 와있었는데, 막둥이 서아와 같은 나이라 반가웠다.

살면서 난생처음 본 가족들이 한 병실에서 며칠 동안 동거 동락하게 되었다.

나와 7살 윤하, 8개월 서아. 옆집 엄마와 6살 딸, 9개월 딸. 여자 6명. 옆집 엄마는 나와 띠동갑 언니라 동갑이었다. 어쩌다 보니, 다 친구가 되었다.


"하츄핑~하트윙~캐치!"

"조아핑~ 조아조아!"

유치원생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라면 모를 리 없는 캐치티니핑.

아침, 점심, 저녁.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3일 내내 티니핑 놀이를 하며 둘 만의 세상으로 갔다.

다행히 막둥이 서아도 난생처음 해본 강제입원이지만, 언니들이 있어서 그런지 너무 잘 놀았다.


"엄마, 나는 내일이 제일 싫어."

"왜? 엄마는 내일이 너무 기다려지는데? 빨리 집에 가고 싶다!"

"힝. 내일이면 지혜 못 보잖아. 엄마 지혜 엄마 번호 물어봤어? 나 병원에 더 있고 싶어..."

3일을 한 방에서 먹고 자고 놀고. 정이 많이 들었나 보다.


퇴원을 하고 집에 와서  밀린 집안일을 하고 있는데 안 방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린다.

"흑... 흑... 흑..."

"윤하야! 왜 그래? 왜 울어? 응?"

"엄마, 지혜가 너무.... 보고 싶어... 으앙... 지혜야..."



윤하가 앞으로 삶을 살아가면서, 이런 경험이 다신 없을 것이다.

병원에 같이 입원해서, 또래를 만나 며칠 동안 아팠지만 행복했던 날들.

퇴원하기 전날 밤.

"아, 행복한 병원의 추억..."

윤하가 속삭였던 말을 되새겨 본다.


오늘 집에 와서 세 번을 울었는데, 책을 보다 툭. 티니핑 장난감을 보다 툭. 밥을 먹다 툭. 지혜가 보고 싶다고 울었다. 그 울음에서 나는,  다시 돌아갈 수 없을 추억이라는 것을 윤하는 깨달은 걸까 하고 덩달아 마음이 욱신거렸다.

"윤하야. 지혜 만날 수 있어.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어."



깊은 밤, 잠든 너를 보고.

윤하야. 아무 조건 없이 마음을 주고, 마음을 나누고 행복했던 추억이 언젠가 윤하의 인생에서 큰 힘이 되어줄 거야. 윤하가 물었지. "엄마, 왜 다시 병원에 가면 돈을 내야 해요?" 병원에 다시 가고 싶다고 울던 너에게, 엄마가 너무 '어른'처럼 이야기하고 말았어.  너희들의 그 순수한 마음에서 엄마의 순수했던 순간을 떠올린다. 간절히 원하면 언젠가는 다시 만날 수 있게 돼. 좋아하는 마음들은 지구 반대편에 있더라도 서로 끌어당기기 마련이니까. 네가 너무 오래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래 슬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잘 자라, 우리 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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