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
간밤에 식중독과 장염으로 큰 고생을 했다.
12시간을 자면서 30분에 한 번 꼴로 일어나며
이온음료와 꿀물을 차례대로 마시고
오한과 발열도 있어 이 여름에 보일러와 전기장판을 최대로 틀어놓고 잤다.
다행히 어제 약을 먹고 조금 진정이 되어
오전에나마 넥스트커머스에 잠시 다녀왔다가 죽을 사들고 왔는데.
스무살 오월 어느 날에,
술병과 장염이 겹쳐 강의를 못나간 날이 기억났다.
하루종일 기숙사 침대 위에서 이럴거면 죽는게 낫지라고 생각할 때
누군가 창문을 두드렸다.
당시 내 기숙사 방은 1층 105호였고 기숙사 보안규정 상 지문을 찍지 않으면 들어오지 못했는데 동기들 몇이 내가 걱정되어 죽을 사들고 와선 창문으로 죽을 준 것이다.
스무살 철없던 시절에 동기 걱정하며 내어준 인스턴트 죽 한그릇이 서럽게 고마웠다. 지금도 죽 먹을 일이 있으면 해먹기 귀찮아 사먹곤 하는데.
오랜만에 죽을 먹으며 스무살 때를 생각하니 여러 감정이 스친다.
시간이 참 많이도 흘렀고 나도 많이 닳았구나 생각하며
오랜만에 죽을 한 술 뜬다.
삼십년 남짓 살면서 가장 고통스러웠던 밤을 보내고선
또 웃으며 죽을 먹는다.
모두 장염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