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세 대만 맞아줄게

2024.08

by 만수당

중학교 2학년때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있었다. 1학년때부터 친했던 친구인데.. 싸움을 잘했다. 그런데 싸움을 잘한다고 으시대거나 누군가를 괴롭히는 친구는 아니었다. 그런데 그 친구는 싸울 때마다(내가 어릴 때까지도 야인시대의 영향인지 참 많이 싸웠다.) 3대를 맞고 시작했다.

그리고 그 3대를 맞고난 뒤에 바로 상대방을 역으로 후려치는 경우도 있었고 그대로 맞기만하고 끝나는 경우도 있었다. 다만 후자의 경우에도 쥐어터지지는 않았다.

언젠가 점심을 같이 먹고 나서 그 친구한테 물어보니 이유를 말해주길 3대 맞는 동안 고민해본다고 한다. 2대까지는 너무 금방 끝나 생각해 볼 시간이 없는데 3대맞을동안 내가 상대한테 잘못한 게 있는지, 맞을 만한 이유가 있는지 생각해보고 맞을만하면 맞아주는거고 아니면 괘씸해서 두들겨팬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소위 껄렁대는 친구들도 그 친구를 건들지는 않았다. 그 친구도 누군가 괴롭힘당할때 스스로 먼저 나서진 않았다.

그 친구의 어머니는 홀로 과일을 팔며 두 아들을 키웠다. IMF때 집안이 망해 한달 내내 수제비만 먹고 살았고 그래서 밀가루음식이라면 치를 떨었다. 그런 그 친구에게 가장 중요한 건 장남으로서 어머니에게 걱정끼치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그 친구는 먼저 나서지 않되 다가오는 도전에 대해서는 3대까지도 참아주며 지냈다.

중2병 사춘기때 가장 친했던 친구라 영향을 받은걸까. 그 뒤로 나도 누가 내 뒤통수를 쳐도 3번까지는 참는 것 같다. 물론 화 많이 난다. 그렇지만 내게 잘못이 없다고 할 수 없으니 첫번째는 알면서도 당하고, 두번째는 손해보지 않을 정도로 당하고, 세번째는 마지막 기회를 줬음에도 배반하는 상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며 당한다. 복수는 따로 없다. 다만 그 사람을 내 기억에서 잊고 지워내는 것을 복수라고 생각하며 살아내고 있다.

예수님은 누가 오른쪽 뺨을 때리거든 왼쪽 뺨을 내어주라 하셨다. 뭐 때린 데 또 때려보라고 얘기하진 못하겠다만 그렇게 하나 둘 욕심을 내려두는 공부가 필요하다.

말은 저렇게 썼어도 아직도 누가 나를 뒤에서 욕했다는 소리가 들리면, 혹은 보란듯이 눈앞에서 나를 조롱하면 화가 치민다. 끊임없이 가다듬고 쥐어질 게 없을만큼 내려놓자. 나는 아직 어린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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