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
좁은 방 안에 쓸데없이 옷이 가득해 고민끝에 옷을 버렸다.
75L 종량제 봉투로 세 개다. 더 버릴 것들이 남아있지만 버리는 것에도 정리가 필요하다. 적당히 눈에 띄는 것들로만 정리했는데 꽤 많다.
한 번도 입지 않은 새옷도 있고 여러번 입어 보풀이 해진 옷도 있다. 그렇지만 봉투에 같이 담긴 이상 너나할것 없이 모두 헌 옷이다.
할머니를 닮아서인지 물건에 애틋함이 심한 나는 아무 쓸 데가 없어도 버리기를 주저한 적이 많다. 특히 일말의 추억이라도 깃든 물건이면 신줏단지 모시든 지켜만 왔다. 그래서 본가에 가면 창고 속에 내 어린 시절의 일기와 교과서가 그대로 있고 고등학교 모의고사 시험지며 필기노트도 아직 모두 그대로다. 커서 내 이름을 딴 박물관이 생기면 의미가 있는 물건들일지 모르나 그게 아니라면 있으나 마나한 물건들이다.
버릴 옷을 아무렇게 주워넣으며 미련을 버렸다. 전에 절절이 사랑했던, 이제는 결혼해서 애가 있는 전 여자친구가 사준 옷도 있었고 샀는데 맞지않아 다시 살을 빼면 입어야지 했던 새 옷도 더러 있었다. 커리어의 거의 처음 시기에 입었던 새하얀 셔츠부터 땀으로 솔기가 누래진 셔츠도 많았다.
75L 봉투 세 개에 나눈 내 미련들이 어찌 될런 지 나도 모르겠다.
다만 나는 이미 그들을 버렸기에 잠자코 방 안에 웅크려있던 그들이 비로소 찬바람 맞으며 여행을 떠날 것이고, 더러는 그대로 쓰레기장에 갈 것이다. 바다 건너 제3세계의 빈민들에게 갈 지도 모르고 미국 어느 노파의 쿠션에 쓰일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들이 어떠한들 내가 변하는 게 있겠는가, 그저 지금까지와 같이 열심히 살며 또 다른 추억을 빚고 또 다른 미련을 버리겠지.
사람이 아니기에 인연은 아니었다만 사람도 별반 다를 게 없지 않을까하며 흐린 겨울 속에서 생각이 많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