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AI보다 중요한 것

2025.2

by 만수당


지난 2년 동안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을 정도로 인공지능 이야기가 쏟아졌다. 이번 연휴에도 ‘딥 시크’로 한바탕 떠들썩했다. AI는 역대 어느 기술보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이번 사태를 계기로 ‘어, 나도 AI에 밀리는 거 아냐?’ 하고 위기감을 느끼는 개인과 기업도 많아졌다. 그런데, 정말 인공지능이 몇 년 안에 모든 걸 바꿀까?

직장인 네 명 중 세 명이 AI를 업무에 활용한다는 통계가 있다. 한국에서는 73.9%가 AI를 사용하며, Z세대의 경우 80%가 업무 중 어려움을 겪을 때 AI를 찾는다고 한다. 2년 만에 대단한 변화지만, 이것이 곧 AI가 모든 것을 바꾼다는 이야기와는 결이 다르다.

AI는 도구다. 아무리 뛰어난 AI라도 스스로 모든 걸 결정하고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진 못한다. 물론 단순 반복 업무는 AI가 가져갈 것이고, 기업은 비용 효율성을 위해 이를 활용할 것이다. 하지만 AI가 고급 인력의 역할까지 대체할까? 오히려 AI는 인간의 역량을 증폭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AI 도입이 빠른 기업도 결국 핵심은 ‘사람’이다. AI 활용 능력이 곧 경쟁력이 되는 시대지만, 사람 없는 AI는 없다.

인공지능 이야기가 넘쳐나는 요즘, AI가 무엇의 약자인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AI 관련 강의를 하고, AI를 활용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GPT에 가입하는 방법과 단순한 프롬프트 활용만 알려주고 월 2백만원이 넘는 돈을 AI컨설팅이라는 이름으로 등쳐먹고 있는 사짜들도 득시글하다. 그들은 AI 덕분에 생산성과 효율성이 향상됐다고 하지만, 정작 AI가 자신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에 대해 어버버하며 구체적인 사례를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재밌지만 사실 그게 정답이긴 하다. AI는 인간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더 편리하게 만들어줄 뿐이다.

산가지가 주판이 되고, 계산기가 되고, 컴퓨터가 되어도 수학자는 여전히 존재한다. 목탄이 붓이 되고,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가 나와도 미술은 여전히 유효하다. AI가 등장했다고 모든 전문가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AI를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 더 중요한 시대고 이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현업에서 실력없는 사람들은 AI 때문에 밀려나는 것이 아니라, 시대가 변하며 자연스럽게 도태될 뿐이다. 어느 시대든 실력 없는 사람들이 천년만년 직업을 유지한 적은 없었다. 물론 구조적 변화로 인해 갑자기 직업을 잃고 불경기의 바다 속에 빠지는 경우도 적지 않아 안타깝지만 이는 시대적인 흐름 속에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우리가 더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디커플링'의 저자 테이세이라 교수는 AI가 파괴적 혁신을 파괴했다고 말한다. 기존의 파괴적 혁신은 고객의 니즈를 이해하고, 이를 얼마나 빠르게 적용하느냐가 핵심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기술이 변화를 이끄는 시대다. 소비자라는 인간이 아닌, AI라는 기술이 시장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나도 이 의견에 동의한다. 그러나 그 기술을 움직이는 것도, 활용하는 것도 결국 사람이다.

인공지능이 모든 걸 바꿀 거라고 불안해할 필요도, 반대로 흐린 눈 가득한 채 애써 무시할 필요도 없다. 결국 중요한 건 기술이 아니라 ‘나’다. 난세에 쓸려나가지 않으려면, AI가 아니라 ‘나 다움’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내가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나만이 할 수 있는 일.
나아가 내가 해야만 하는 일에 대한 스스로의 돌아봄이 몇 곱절 더 소중하다.


1738314571100?e=1745452800&v=beta&t=utkuYL-SET-opSCnD5KjBiTV9bwXIR0AlWDue55vIQw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열흘의 공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