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녀

2025.05

by 유영준


평소보다 늦게 8시 쯤 출근하다보면 오래된 자전거에 딸아이를 태우고 등교를 도와주는 한 아버지를 만난다.

낡은평소보다 늦게 8시 쯤 출근하다보면 오래된 자전거에 딸아이를 태우고 등교를 도와주는 한 아버지를 만난다.

낡은 자전거에 눈이 가 할아버지가 손녀를 태우나 싶었지만
늘 해진 남색 모자를 쓰고 내딛는 자전거 사이로 비치는 얼굴은 40대 정도 되는 제법 젊은 얼굴이다.

새 동상같이 붉게 그을린 얼굴 뒤로 움푹 패인 광대와 눈이 들어오고 대강 쳐내 까끌거리는 수염이 그 뒤에 같이 들어온다.

아이는 열여섯이나 열입곱 정도 되보인다. 요즘 애들 같지 않게 짧게 쳐낸 단발이 어깨 위에 단정히 내려앉았다.

도로에 눈이 덮힐 때도, 빗방울에 세상이 반질거릴 때도, 내리쬐는 볕에 파리마저 날개를 숨길 때도.

6년 여 간, 방학을 빼면 아빠가 아이를 태우고 자전거를 탄다.

가끔 대학생들이 많이 취해 돌아다니는 날이면 아이는 부끄러운 듯 아빠 등에 얼굴을 파묻는다. 그 아이가 어릴 땐 아빠 허리에 팔을 꼭 감싸고선 사방천지 궁금해 눈을 내둘렀는데 이제 사춘기가 와서일까.

내 아버지는 목수이자 농부였다. 그래서 트럭을 타고 다녔고 어린 나는 그게 창피했다. 아빠가 나를 데리러 오는 길, 나는 도망치듯 차를 타고 혹시나 누가 알아볼까 고개를 떨구곤 했다. 다른 아빠들은 멋들어진 승용차를 타고 데리고 오는데 왜 우리 아빠는 트럭을 타고 오는걸까.

일 마치고 고된 몸을 이끌고 아들을 데리러 오는 아빠를 이해하기에 그때 나는 너무 어렸다. 아빠는 내가 아빠 아들로 태어나서 미안하다고 했지만 나는 아빠 아들이라 지금 이렇게나마 살고 있을 터다. 표현하는 법을 배우지 못해 말은 퉁명스럽지만 그래도 최고의 내 편은 우리 아빠다.

일면식 없이 그저 6년간 본 여자아이의 자전거 타는 모습을 보다가,
저 아이가 날마다 자전거로 자신을 태워다 준 아버지의 낭만을 이해하려면
몇 밤을 자야하는 지 궁금해진다.

머릿 속으로 지나갈 날들을 의미없이 세고 세다
아니, 자식이 그 아비의 마음을 온전히 알 때가 오기는 오는걸까. 하고 관둔다.

볕은 따스히 내려앉고 바람은 시원하게 나리는 날이다.
기분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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