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
새 정부가 들어서며, 자연스럽게 주 4.5일제를 비롯한 노동개혁이 다시금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본래 더불어민주당은 ‘주 4일제’를 공약했으나, 제도 수용성과 현실적 이행 가능성을 고려해 ‘4.5일제’라는 중간 발판을 선택한 것이다. 동시에 5인 미만 사업장까지 근로기준법이 확대 적용될 예정이며, ‘노란봉투법’의 입법과 단계적 정년 연장 논의 등 노동 전반의 구조 개편이 예고되고 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합하면 약 804만 개에 이르는데, 이 중 5인 미만 사업장은 538만 곳이 넘는다. 전체 사업체의 절반 이상, 약 770만 명의 노동자가 더 이상 ‘예외’가 아님을 의미한다. 그간의 법적 사각지대가 해소된다는 점에서는 분명 진일보한 변화다. 그러나 이 변화는 언제나처럼 빛과 그림자를 함께 안고 있다.
제도의 확대는 곧 비용의 확대를 뜻한다. 수많은 영세사업자에게는 인건비 상승이라는 거대한 파도가 몰려올 것이다. 이 부담이 오히려 경기 부양의 효과를 잠식할 수도 있다.
주 4.5일제도 마찬가지다. 주 52시간 근로제와 마찬가지로 기업 규모별 유예기간이 있을 것으로 보이나, 새 정부는 ‘임금은 그대로, 시간은 줄이자’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근로시간을 40시간에서 36시간으로 줄이되, 생산성은 유지해야 한다는 셈이다. 그러나 생산성 변화 없이 시간을 줄이는 방식은 기업들에겐 쉽지 않은 명제다. 더구나 편법적으로 사용돼온 포괄임금제가 폐지된다면, 명목상 임금이 줄어드는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예컨대 300만 원을 받는 직원이 그중 50만 원을 고정 야근수당으로 받고 있었다면, 포괄임금제가 폐지되면서 이 50만 원이 사라졌을 때, 그것은 감액인가, 아니면 합리화인가. 사측이 이를 감내하지 않고 월급을 깎는다면, 제도는 형식만 남고 본질은 실종될 것이다. 최악의 경우는 월급을 감액하며 포괄임금제가 폐지되었으니 그만큼 감액한다고 말하며 반발하는 직원이 나가면 추가고용없이 사업을 영위하는 모습일 것이다. 이에 직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최저임금 인상 기조까지 맞물린다면, 영세 중소기업은 불경기 속에서 규모를 줄여 어떻게든 살아남으려하거나 폐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이 과정에서 블랙기업과 좀비기업이 정리되고 미래지향적인 기업이 더 많이 살아남는다면, 그것은 고통 속의 ‘정화’라 할 수도 있겠다.
정부는 4.5일제를 선제 도입한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지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감당해야 할 ‘생산성 유지 혹은 향상’은 결코 가벼운 과제가 아니다. 특히 단순 업무에 종사하는 사무직 인력들은 AI의 도입과 함께 직무 자체가 사라지는 현실을 맞이할 수도 있다. 어쩌면 인력 대체는 더욱 빠르게 다가올 것이다.
이 변화는 단순한 ‘시간의 문제’가 아니다. 노동의 본질 자체를 다시 묻는 시대, 고용의 의미를 다시 써야 할 전환기를 우리는 맞이하고 있다.
결국, 이 변화는 우리 모두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행복한 삶’이란 과연 무엇인가. 시간을 줄이는 것이 곧 삶을 채우는 일과 동일한가.
앞으로의 정답은, 숫자가 아니라 사람을 기준으로 재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어제보다 더 격동적인 내일이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