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
사회 생활을 처음 시작할 무렵, 멀리 본원에 계신 팀장님께 전화가 오면 심장이 두근거렸다. 아니나다를까, 전화를 받으면 수화기 너머로 "유영준씨! 재기안하세요!" 라는 목소리가 쩌렁쩌렁 들렸다.
그때 나는 아직 보고에 대해 몰랐다. 수없이 보고서를 기안하면서도 '문학소년'의 티를 벗질 못했다. 문장은 지나치게 화려했고 허공을 좇았다. 사실과 목적보다 나의 의견과 공허함이 보고서를 덮었다.
그 후로 지금은 그럭저럭 나아졌고 보고는 나를 위한 글이 아님을 다시금 깨달았다. 올바르지 않은 보고는 자신의 노력을 강조하고 구체적인 수치가 부재한다. 원인이나 대안, 선택지는 없고 그냥 부탁이나 핑계에 지나지 않는 글도 많다. 반면 올바른 보고는 목적이 명확해서 '왜 보고하는 지'를 상관이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수치와 비교가 존재해 이를 바탕으로 한 판단이 가능해지고 원인과 대안, 선택지로 자연스럽게 흐르는 논리구조를 통해 더 자연스러운 결과를 만들어낸다.
후배들에게도 늘 말할 때 보고는 나를 위한 글이 아니라고 이야기 한다. 나를 뽐내기 위해서 보고서를 작성한다면 아무런 의미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중언부언과 불필요한 수식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어쩌라고?' 라는 반응을 이끌어낼 수 밖에 없다.
보고는 언어가 아니라 구조이며 문장이 아니라 설계다.
나를 드러내는 보고가 아니라 상대가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래서 보고는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이 활용할 전략이다.